재계, 공직자 사정한파에 '독감'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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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당국의 고강도 사정 바람이 기업퇴출과 대우자동차 법정관리, 현대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경영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각 경제단체와 재계는 21일 이한동 총리 주재 사정관계 장관회의에서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방침이 정해지자 느슨해진 사회 지도층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사정의 칼바람이 극도의 침체에 빠져있는 기업 분위기마저 얼어붙게 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재계는 ▶기업퇴출과 대우차 부도로 인한 대량실업 발생 ▶현대사태 ▶공기업구조조정 진통 ▶노동계의 총파업 움직임에 자금난까지 겹쳐 경제가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번 사정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사정한파가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상황을 악화시킬까 걱정된다"며 "기업경영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정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공직사회 기강확립 차원의 사정인 만큼 재계에는 별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과 대우차 문제 등으로 인해 재계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국면에 접어드는데 만의 하나 사정 한파가 경제를 얼어붙게 할 결과를 가져올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경기가 단기적으로 얼어붙는 한이 있더라도 썩은 부위는 빨리 도려내고 새살이 돋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사정바람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재 업종의 자금난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내년도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연말을 앞두고 진행되는 사정작업이 사회 분위기는 물론 기업경영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내년도 투자계획 등 경영전략을 더욱 보수적으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현대 관계자는 "사정한파가 현대 자구계획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그룹의 한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정치적 문제점 해결을 위해 사정작업이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도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에 대한 사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지만 경제에 영향을 안 주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전력 민영화 등 공기업구조조정과 기업퇴출을 둘러싼 노동계의 총파업이 시작되면 기업들에게는 올 겨울이 IMF 위기 이후 직후인 97년 겨울 이후 가장 추운 겨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미 한전노조가 전력산업구조 개편 관련 법안에 반대, 사상 최초로 파업을 벌이기로 한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공동 총파업을 포함한 연대투쟁을 모색하고 있어 올해 `동계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금난 등으로 생존위기에 몰려있는 기업들은 이번 사정한파가 기업에까지 확산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사려깊은 사정작업 진행을 희망하는 분위기다.(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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