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졸자는 모자라고 대졸자는 남아돈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오는 2020년까지 10년간 고졸 인력은 32만 명이 부족한 반면, 전문대졸 이상 인력은 50만 명 이상이 남아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1~202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다. 고용시장에서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대졸자의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는 반면, 기업들은 고졸 구인난에 시달릴 것이란 얘기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와 학력 간의 불일치가 확대되면 국가적으로 자원이 낭비될뿐더러 개인과 가정의 고통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학력-일자리의 불균형 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고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고, 전문고 졸업생의 대학진학률 역시 70%가 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학을 나온 뒤 취업하는 비율은 졸업생의 절반을 살짝 웃돌 뿐이다. 학력 인플레로 인한 대졸 실업자가 청년 실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고졸 학력이면 충분한 일자리에 대졸자들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고졸자를 원하는 기업이나 하향 지원한 취업자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학력-일자리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면 대학진학률을 낮추고, 고졸 취업자를 늘려야 한다. 마침 최근 들어 대기업과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고졸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고교생들의 취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아직은 고졸자의 취업문이 기대만큼 넓지 않다.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고졸 취업 경쟁률은 대부분 10대 1이 넘는다. 한화그룹의 500명 고졸 채용시험에는 무려 1만4000여 명이 몰렸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대학진학 대신 취업을 택하겠다는 고등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기업과 금융회사에만 고졸 취업희망자가 몰리고, 정작 고졸 인력이 많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에 허덕인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고졸자에 대해 병역 단축이나 경력 인정 등의 혜택을 주고, 학력에 따른 소득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또 선(先)취업-후(後)진학 등 다양한 진로를 제공해 만연한 학벌 만능주의를 허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