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창업강좌] 1. 숨겨진 비용

중앙일보

입력

실업자 수가 다시 늘어나면서 생계형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창업 수요에 부응해 이 분야에서 다년간 일한 컨설턴트들의 창업 강좌 시리즈를 마련했다.

정부가 설립한 전국소상공인지원센터의 경영지도.상담사들이 전문 분야별로 릴레이 기고를 한다. 좀 더 상세한 창업정보는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사이버 소호창업 지원센터' (http://www.sohoexpo.or.kr)의 음성 강좌에서 얻을 수 있다.

C씨는 지난 5월 매우 낙담한 표정으로 우리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았다. 그의 하소연은 "충분한 자금을 갖고 일을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돈이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 3월 서울 당산동에 인쇄.사무용 문구점을 창업했다. 이 동네에 있는 가구 공장과 인테리어 업체에서 15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지인이 많아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4천5백만원의 예산을 갖고 5백만원은 점포 보증금, 3천5백만원은 상품비, 5백만원은 기타 비용으로 잡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처음 계산과는 딴판이었다. 구멍난 지갑처럼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우선 기본적으로 구색을 갖춰 진열해 놓아야 할 기초 재고품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다.

거래처의 늑장 결제로 인한 자금난도 심각했다. 결국 창업한 지 석달도 안돼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도움을 청하러 왔고 6월에 2천5백만원의 자금 지원을 알선 받고서야 급한 불을 껐다. 어렵게 사업을 시작해놓고 험한 꼴을 당할 뻔했던 것이다.

이처럼 자기 사업이란 독립을 위한 기회인 동시에 재산을 한 꺼번에 날릴 수 있는 모험이다. 따라서 점포 문을 열기 전에 심사 숙고해야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대개 창업 전에 사업아이템.소요자금.자금조달 방법.시장규모.경쟁자.입지.수익성 분석 같은 것들은 꼼꼼히 따진다. 하지만 사업계획서에 포함해야 할 소요 자금 항목은 수 없이 많다.

대강 적은 사업계획서대로만 돈이 들어간다면 사업에서 성공 못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밤 새워 연구해 창업하더라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엉뚱한 데서 돈 쓸 곳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가령 재고가 많은 사업을 할 때에는 기초재고 비용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이런 업종으로는 수퍼마켓.24시간 편의점을 비롯해 문구.완구.의류.귀금속.포목.각종 액세서리.유아용품.비디오점포나 서점 등을 들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몇 년전 숨겨진 비용에 대처하는 요령을 기사화한 적이 있다.

이 기사는 '아무리 정확하게 따졌더라도 33% 정도는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생각하라' 고 충고했다.

또 비용 관리는 창업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말 것과 창업 전에 이미 같은 사업을 하던 사람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을 것 등을 권했다.

특히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창업 비용을 잘못 계산하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양갑모 <서울 영등포 소상공인 지원센터장>

◇ 문의는 e-메일(ykm123@hanmir.com)또는 전화(02-2068-17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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