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패배인정 준비했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선거가 치러진 뒤 2주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 '연장전' 이 지난주 토요일 '서든 데스' 로 끝났을 수도 있었다는 막후 뒷 얘기가 흘러나왔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 인터넷판은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에서 플로리다주 당국이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온 17일 오후 민주당 선거대책본부가 민주당 상.하원 원내 총무에게 곧 선거판을 접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통보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 잡지가 민주당 고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선거본부장인 위리엄 데일리와 플로리다주 민주당 참관인 대표인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에서 선거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수작업 재검표를 하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18일 플로리다주가 조지 W 부시 후보의 승리를 발표하면 연방 법원에 항소하지 않고 곧바로 패배를 인정할 계획이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당시 고어 후보는 플로리다주가 부시 후보의 승리를 선언할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어서 데일리 본부장은 다음날인 18일 어떻게 그를 설득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은 거의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하원 원내총무인 딕 게파트 의원은 일단 동료 의원들이 "깨끗한 배패를 택하자" 는 쪽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마지막으로 조셉 리버먼 부통령 후보가 참석하는 의원총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4시쯤 막 의원총회가 시작된 때 고어 후보의 참모인 밥 쉬럼이 회의장으로 뛰어 들어와 플로리다주 대법원에서 플로리다주에 선거 결과 발표를 잠정 유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소리질렀다.

그때 리버먼 후보는 "됐다" 고 짤막히 외쳤고 그 뒤 대선 연장전은 다시 이어졌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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