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단속하랬더니, 50억 상납받은 경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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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흥업소 단속권을 가진 경찰관들이 서울 강남지역 유흥업소 수십 곳으로부터 한 곳당 매달 최고 1000만원 이상씩을 정기적으로 상납받아 왔다는 진술이 나와 검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관 한 명이 상납받은 돈의 액수가 총 50억원에 달한다는 단서도 있어 대형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른바 ‘룸살롱 황제’로 불리는 유흥업소 운영자 이경백(40·수감 중)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소환돼 “이모(42·구속) 경사가 서울 시내 유흥업소 수십 곳으로부터 한 곳당 매달 200만~1000만원 이상씩 총 50억원을 상납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씨 등으로부터 이 경사에게 돈을 상납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소 20~30여 곳의 명단도 확보했다. 여기에는 서울 강남 G호텔, R호텔, S호텔, H호텔 등에 있는 대형 룸살롱들과 삼성동 A업소 등 이른바 ‘풀살롱’(한 건물 안에서 룸살롱 서비스와 성매매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곳), 역삼동 B업소 등 대형 안마시술소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10년 동안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서 근무했던 이 경사는 2006년부터 3년간 유흥업소와 불법 성매매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 있었다. 지금은 여성가족부에 파견돼 유흥업소 관련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씨는 “2008년 이 경사에게 돈을 줄 때 그가 100곳 이상의 유흥업소 명단이 적힌 A4 용지 3∼4장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너는 알면 안 되는 것’이라며 종이를 숨겼다”며 “이 경사가 상납받은 50억원은 대부분 해외로 빼돌려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앞서 이 경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기적인 현금 입금 내역이 명시된 통장 10여 개와 외제차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크라이슬러 300c를 발견했다. 이 경사는 또 이씨 자금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같이 구속된 3명의 경찰관과 함께 2007년부터 최근까지 중국, 필리핀, 태국 등을 7∼8차례나 방문했으며 한 번에 열흘 이상씩 머무른 경우도 4∼5차례에 이르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씨가 붙여준 프로 골프 강사로부터 무료 골프레슨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경사를 상대로 이씨 주장의 진위와 외제차 및 해외여행 경비 출처를 조사했으나 이 경사는 “외제차들은 장인 소유이며 해외여행은 개별 비용으로 해결했다. 유흥업소에서 상납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조만간 유흥업소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는 한편, 다른 경찰관 3명의 정기 상납 여부도 함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이씨로부터 “최소한 ‘룸’이 10개 이상인 유흥업소들은 모두 경찰관들에게 상납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는 진술도 확보해 수사범위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박진석 기자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 사건 일지

2010년 7월 검찰, 이씨를 42억여원의 세금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

2010년 8월 조현오 경찰청장, 이씨와 유착 의혹 있는 경찰관 66명 적발해 6명 파면·해임, 33명 징계

2010년 9월 이씨, 보석금 1억5000만원 내고 석방된 뒤 도주

2011년 7월 지명수배 상태에서 룸살롱 운영하다가 검거돼 다시 구속

2012년 3월 검찰, 이씨 소환해 경찰관들에 대한 뇌물공여 여부 조사

2012년 4월 1일 검찰, 이모 경사 등 4명 구속. 이 경사가 유흥업소 수십 곳에서 정기 상납받은 정황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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