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영향 육안식별법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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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 의 영향으로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는 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됐다.

서울대 수의대 조명행(趙明行) 교수는 17일 "페놀류의 환경호르몬 극미량을 두달간 물고기인 소어드테일에 노출시킨 결과 수컷의 특징인 꼬리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암컷과 외형상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꼬리 길이를 통해 일반인도 손쉽게 환경호르몬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환경호르몬 감시체계의 대중화가 기대된다.

조교수에 따르면 영국 템스강에서 검출되는 페놀 양보다 적은 극미량(0.2ppb) 만으로도 수컷의 꼬리가 평균 1~2㎝ 줄어드는 등 암컷화 진행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

그는 또 "실험 결과 페놀에 노출된 수컷에서 암컷에만 존재하는 난황성숙 관계 단백질 물질이 검출됐다" 며 "이 물질은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입증하는 주요 지표" 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내년 3월 환경독성분야 최고 권위지인 ''Environmental Toxicology & Chemistry'' 지에 게재될 예정이라고 최근 국내 환경호르몬연구회에 보고됐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연구원 환경위해성연구과 유홍일(柳弘一) 과장은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어류의 외형적 변화 현상을 밝혀낸 연구는 이번이 첫 사례" 라고 말했다. 송사리 등을 이용한 기존의 연구방법은 현미경을 통해 정자 수의 감소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유과장은 또 "페놀 이외의 70여가지 환경호르몬 반응 여부 결과에 따라 아직 표준화하지 않은 경제협력기구(OECD) 환경호르몬 검색기준 설정작업에서 국내 연구진의 성과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고 전했다.

소어드테일은 수컷의 경우 약 2.5㎝ 안팎의 꼬리가 있어 육안으로도 암컷과 확연히 구분되는 난태생 물고기.

지난해 10월 실험에 들어간 조교수는 환경호르몬에 반응성이 높은 식별 지표 발굴을 위해 이 물고기를 선택, 환경호르몬인 노닐페놀과 비스페놀A 등으로 반응성 연구를 해왔다.

노닐페놀은 생활 플라스틱과 산업용 세제 등에 쓰이며 비스페놀A도 음식포장용기.치과재료 등에서 주로 검출되는 환경호르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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