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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성 3호’ 발사 그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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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영진
논설위원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은하 3호’ 로켓에 실어 지구 궤도에 쏘아올린다는 북한의 계획을 두고 세계가 시끄럽다. 한·미 양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북한을 비판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결국 북한의 로켓 발사는 기정사실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특이한 것은 발사 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북한의 태도다. 미국에 사전 통보한 것은 물론, 발사 현장에 각국의 전문가와 언론을 초대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관계자는 28일 ‘광명성 3호’가 무게 100㎏이며 2년 동안 지구 상공 500㎞ 높이의 궤도를 선회하며 지구를 촬영한 사진 등 관측 자료들을 위성관제소에 보내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1999년 우리나라가 발사한 시험위성 ‘우리별 3호’(고도 730㎞, 무게 110㎏)와 크기와 궤도, 기능 등 많은 면에서 흡사하다. 이 위성과 발사 로켓인 ‘은하 3호’의 실물과 발사 현장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움직임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최대한 주장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와 뒤이은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1874호 결의를 의식한 것이다. 이 결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일체의 로켓 발사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광명성 3호’ 발사도 설사 군사적 용도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아닌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결의를 위반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이에 대해 북한은 “왜 우리만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박탈당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우주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는 국제법적 권리가 유엔 결의보다 우선된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주장을 길게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 로켓 발사 이후 벌어질 일들을 예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광명성 3호’ 발사를 둘러싸고 상당 시간 논쟁을 벌여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은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측에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북·미 간 ‘2·29 베이징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양국은 논란을 거듭한 흔적이 나타난다. 북한 외무성은 27일 “(미국과의 회담에서) 평화적 위성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임시중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종일관 주장했다”며 “그 결과 2·29 합의에 ‘위성 발사를 포함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가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임시중지’로 명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이 협상에서 위성 발사 뜻을 굽히지 않았는데도 ‘2·29 합의’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과 협상 내용을 자세히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미국은 협상에서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밝혔고, 북한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북한 역시 미국의 반대 입장에 동의하는 선에서 ‘2·29 합의’를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긋고 있고, 이는 발사 뒤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논쟁 속에서 미국 등 서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은 안보리 차원의 새로운 제재를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새로운 제재 결의는 채택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제재가 실행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2·29 합의’를 이룬 것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사고 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차원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 주도하에 서방국들이 이란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금융제재와 같은 제재를 북한에 부과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고 치는 것’을 막기 위해 논란 많은 ‘2·29 합의’를 이끌어낸 미국이, 예컨대 3차 핵실험과 같은 북한의 새로운 도발을 촉발할 우려가 있는 강수를 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결국 이번에도 국제사회는 단기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사실상 속수무책(束手無策)일 전망이다. 다만 김정은 시대의 북한 역시 김정일 시대와 마찬가지로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평판을 벗긴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