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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립도서관서 ‘사람책’ 빌려 드려요 … 지식·경험·인생 직접 들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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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남편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건강 관련 책을 뒤져본다. 그러나 어려운 단어투성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수많은 글이 쏟아진다. 어떤 글이 옳은지 모르겠다. 답답하다. 누군가 내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해줬으면 좋겠다. 이럴 땐 사람이 책 역할을 하는 ‘리빙 라이브러리’를 찾아보자.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책과는 달리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온기가 담긴 목소리로 답해준다. 혼자 눈으로 읽는 대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준다. 『김용규』, 『김한봄·한서』, 『백승휴』, 『박지란』, 『정상헌』. ‘살아 있는 책’ 다섯 권을 소개한다.

송정 기자 , 사진=황정옥 기자

“프랑스에서의 4년을 나눠드립니다”

김한서 (휘문중1)

목차

● 프랑스의 학교 생활
● 프랑스의 문화
● 프랑스·유럽으로 떠나는 여행

아버지의 해외 파견근무로 4년간 프랑스에서 살았다. 누나 한봄(숙명여고 3)이는 중·고교를, 한서는 초등학교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남매는 프랑스의 학교생활을 소개한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수요일에 쉰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보호자가 학생을 데리러 가야 한다. 인종차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개방적이고 친근한 성격 덕분에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남매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프랑스에 간다면 미리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지만 중·고교생은 영어나 프랑스어 중 하나는 익힌 후에 가야 공부하기 쉽다”고 말한다. 프랑스를 여행하고 싶다면 걸어서 다니는 것이 좋다. 길을 찾기 쉬울 뿐 아니라 예쁜 공원과 건축물이 많아 눈이 즐겁다. 미술작품에 관심이 없다면 루브르박물관에서는 ‘모나리자’처럼 알려진 작품만 보고 나온다. 그 대신 개선문과 몽마르뜨 언덕의 성심성당 같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즐겨라. 파리 도심을 벗어나면 양쪽으로 들판이 펼쳐져 있는데 도심과 다른 느낌을 준다.


“지식 나누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어요”

김용규 (66·강남구 청담동)

목차

● 영양소별 올바른 섭취 비율
● 당뇨를 예방하는 건강 상식
● 건강을 위한 식품 섭취 방법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카이자 상징인 대덕연구단지에서 26년간 식품분리추출을 연구했다. 농학 중에서도 식품공학박사 과정을 마쳤다.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건강상식을 소개한다. 모두가 건강을 위해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말하지만 책 김용규는 건강을 위해 “마음을 편하게 하고 먹을거리부터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탄수화물과 지방·단백질의 섭취 비율이 가장 중요하다. 섭취량의 기준을 100%로 본다면 탄수화물 60%, 지방 25%, 단백질 15%의 비율로 먹는다. 컨디션에 따라 비율을 조절한다면 5% 안팎으로 한다. 간혹 살을 빼기 위해 지방 섭취를 피하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몸에 해롭다. 지방을 먹지 않으면 피부 보호막 형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고단백·저칼로리 식품은 신장에 무리를 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질병에 걸린 상태가 아니라면 부족한 영양분은 건강기능식품 대신 먹을거리로 섭취한다. 쉽게 말해 남들이 한 젓가락 먹을 때 두 젓가락 정도 먹는 것이 좋다.



“사진이 사람에 유익하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백승휴 (44·강남구 청담동)

목차

● 포토 테라피라 무엇인가
● 사진, 먼저 도전하라
● 사진으로 나를 찾는 방법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주로 인물사진을 촬영해왔다. 현재 중앙대 ‘인물사진콘텐트’ 전문가 과정의 주임교수로 활동하며 강남구청 공무원과 강남구민을 대상으로 한 사진강좌를 맡고 있다. 서른 중반 즈음 자신의 가치를 생각하며 사진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감성적인 사진에 치료의 의미를 더한 포토 테라피(Photo Therapy)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가족사진을 보며 행복을 느끼고 재미있는 사진을 통해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 모두 포토 테라피다. 사진을 찍고 찍히거나 바라보는 것 모두 치유의 과정이다. 단지,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이 치유의 과정임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포토 테라피의 목적은 자신을 찾는 것이다. 사진 속 내 모습을 보며, 사진을 찍으며 자신을 알아간다. 촬영한 사진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진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유익한 존재라는 것. 요즘은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스로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을 촬영하며 누구나 포토 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다.



“주부들이 용기 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박지란 (51·서초구 잠원동)

목차

● 우리 아이, 이렇게 가르쳐라
● 주부들이여, 사회와 컨택하라
● 실패라는 쓴 열매는 소중한 경험이다.

24년간 전업 주부로 살았다. 틈틈이 봉사활동을 하던 중 1996년 평생교육원에서 상담을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상담 봉사를 시작했다. 비행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하며 그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왔다. 책 박지란은 “늘 야단만 맞던 아이들은 칭찬과 관심을 통해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비행청소년 상담과 함께 자신처럼 주부들이 상담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표정과 태도를 관찰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많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줌마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주부의 다양한 경험도 도움이 된다. 주부는 학부모·친구·주민과의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실패한 경험도 괜찮다. 실패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녀·남편·시댁과의 사이에서 생긴 상처도 모두 소중한 경험이다. 주부들이여, 생각만 하지 말고 용기를 내 집 밖으로 나가 사회와 부딪혀라.



“세금은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정상헌 (36·강남구 일원동)

목차

● 당신의 세금을 줄여드립니다
● 손해 보지 않는 습관이 궁금하다
● 세무사 선택, 이렇게 하세요

11년간 세무사로 일하며 쌓은 지식을 나눈다. 세무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거나 세금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부터 세금을 줄이는 방법까지 세금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다룬다. 사람에 따라 금액과 내용이 모두 다른 세금의 특성을 생각하면 2~3명만을 대상으로 한 리빙 라이브러리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책 정상헌은 “우리 주변 곳곳에 세금이 존재하지만 어렵다고 느껴 멀리 한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줄줄 새는 세금을 절약하고 싶다면 세금에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적어도 내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그 과정을 알아야 한다. 무관심으로 인해 세금을 더 내거나 손해를 볼 수 있다.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도 남긴다. 아직까지도 금융 거래 시 현금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송금으로 증거를 남겨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세금과 관련된 서류와 사업을 하며 발행한 영수증은 잘 모아 놓고 꼼꼼히 챙긴다.

논현정보도서관서 2시간
한 회 5~7권 사람책 대출
홈페이지서 골라 전화 신청

리빙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강남구립도서관에는 김용규, 김한서, 백승휴, 박지란, 정상헌 등을 포함해 총 80명의 사람이 명예장서로 등록돼 있다. 2010년 시작한 이후 반응이 좋아 이달부터 매월 열리는 정례 행사가 됐다. 17일 열린 개관식에는 바리스타, 요가 강사, 처용무 전수자, 동대문 의류 디자이너, 한지공예 전문가, 기수, 독일어 번역가, 24년간 호텔리어로 근무한 주부, 게임 중독을 극복한 대학생,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주부 패러글라이더를 포함해 사람책 27명이 참석했다.

 이들 명예장서는 지식과 경험·인생 등 3가지 주제로 나뉜다. 명예장서에게는 지식과 경험뿐 아니라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원활한 독서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이 되는 사람도 책을 읽는 사람도 다른 사람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명예장서로 등록되고 싶다면 리빙 라이브러리 홈페이지(caf<00E9>.naver.com/imabook) 또는 논현정보도서관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책이 되고 싶은 이유를 적은 후 전화 통화 등을 통해 간단한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사람책 대출을 원하는 사람은 전화(02-515-1178)로 신청하면 된다. 강남구립도서관 리빙 라이브러리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논현정보도서관에서 열린다. 한 회에 5~7권의 사람책이 대출을 기다릴 예정이다. 매월 대출 가능한 사람책이 달라진다. 매월 초 홈페이지에서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리빙 라이브러리=사람이 책이 되는 새로운 독서방식이다.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처럼 ‘사람 책’을 대출받아 그들로부터 각종 경험과 지혜·지식을 들을 수 있다. 2000년 덴마크의 음악축제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수정씨의 책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가 출간되면서 알려졌고 2010년 3월 국회도서관에서 처음 열렸다. 이후 전국 곳곳 학교와 도서관에서 리빙 라이브러리가 진행되고 있다. 리빙 라이브러리는 강연처럼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말하기가 아니다. 소수의 사람과 눈을 맞춰 대화하며 소통하고 책이 된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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