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급락세 증시호재인가

중앙일보

입력

국고채 금리의 급락세가 미치는 증시 영향을 놓고 증시전문가들간에 현격한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채 금리 하락은 단기낙폭과대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이 국고채의 대체 투자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증시로의 자금이동을 예상해 증시의 호재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국고채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금융불안에 따라 안정적인 자산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증시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 차장은 12일 최근 국고채 하락세는 지난 98년 9월말의 저금리 기조가 시작됐던 시점과 유사한 점이 많다면서 시중자금은 국고채의 투자매력이 줄어들면서 위험이 큰 투기등급 채권보다 단기 낙폭과대로 기대수익이 높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증시의 호재로 평가했다.

그는 또 98년 당시와 최근의 경제여건은 차이는 있지만 주가하락과 구조조정으로 내수가 침체되어 경제안정을 위한 증시부양 등 소비진작책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이 비슷하고 정부도 증시부양책 마련 등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증시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 팀장은 그러나 국고채 금리의 하락세는 안정성을 위주로 투자대상을 찾아가는 자본의 보수화 현상이 심화됨을 의미한다면서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예를 들어 지난 82년, 91년, 98년에 금리의 격차는 확대되고 기준 금리인 국고채금리는 낮아졌으나 주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면서 우리나라의 국고채 금리는 더 내려갈 수는 있지만 곧바로 증시의 호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기준금리 수준보다도 우량채권과 비우량채권과의 금리차가 얼마나 좁혀지느냐가 증시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금리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현대건설 등 경제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후일 한화증권 증권금융팀장은 국고채 금리수준이 떨어진다고 해서 시중자금이 증시로 이동한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증시에 대한 불안감에 여전히 남아있고 회사채 금리의 하락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업퇴출 등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불안이 가속화되면서 우량채권과 비우량채권의 금리차가 커지면서 중견기업들의 금융비용은 늘어나고 있다고 김 팀장은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구조조정 본격화로 비우량 회사채의 신용위험이 드러나면서 지난 10월 A+와 BBB- 등급간의 금리격차와 A+와 BB+등급간의 금리격차가 전월말에 비해 각각 0.83%포인트, 0.98%포인트 확대됐다.

하지만 국고채금리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씨티은행과 JP모건 등 외국계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전문가들도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다.

시티뱅크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6개월내 7.00%, 12개월내 7.20%로 예상하고 있으며 JP모건은 연내 7.0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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