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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살아남은 베란다 화초 관리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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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겨울이 비껴간 듯 사계절 내내 푸른 베란다 정원을 가꾸는 장현숙(천안 쌍용동)씨는 “베란다 정원 앞에 서면 수다쟁이가 된다”며 활짝 웃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유난스럽다. 베란다 정원은 삭막한 겨울에도 녹색 식물이 주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쌀쌀한 바깥 날씨에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따스한 훈풍이 분다.

겨울나기를 무사히 마친 우리 집 베란다 화초들 중에 냉해를 입거나 환기가 안 돼 병충해를 얻은 화분들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시기다. 건강한 봄맞이를 위한 화초 관리 방법을 알아보고, 봄꽃들의 출하를 앞두고 꽃내음 가득한 천안·아산의 화훼단지들을 소개한다.

홍정선 객원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별로 자랑할 게 없는 집인데, 놀러 오신 손님들과 함께 베란다 정원 앞에 서면 어느새 수다쟁이가 돼요.” 천안 쌍용동에 사는 장현숙(51)씨 집 베란다는 겨울이 비껴간 듯 온통 초록세상이다.

“5년 전 아파트에 입주할 때는 베란다를 확장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어요. 세 개의 방 베란다마다 설치된 화단을 거추장스럽게 여겨 방부목으로 덮는 집들이 많았죠. 화초가 많은 저희 집은 베란다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장씨는 베란다를 확장하는 대신 베란다 정원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한겨울에도 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키고, 물주기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

베란다 화단에 물빠짐이 좋은 마사토를 깔고 흙을 채워 화분에 담긴 화초들을 옮겨 심었다. 크고 작은 나무와 꽃들을 특성(햇볕과 물주기)에 맞게 배치해 심고 가꾸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장씨의 베란다 정원에는 화초의 갯수만큼이나 이야깃거리도 많다. 삽목(잎꽂이)이 잘 되는 아이비를 몇 가지 얻어다가 화단 가장자리에 심었는데 조금씩 벽을 타고 올라가 이제는 천장을 뒤덮을 기세다. 17년 전 외도에 갔다가 씨앗을 주워와 심은 동백나무는 근사하게 자라 해마다 붉은 꽃을 보여준다. 선물 받거나 얻어 온 작은 화분들이 장씨의 집에 오면 쑥쑥 자랐고, 키우기 까다롭다는 소나무 분재도 멋스럽게 자라 주변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장씨 부부의 화초사랑은 유별나다. 난과 분재를 좋아하는 남편 서기천(54)씨는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베란다 문을 잠깐씩 열어 환기 시키는 일을 잊지 않는다. 병충해가 생기면 가차 없이 가지와 잎을 잘라 주고, 목초액을 얻어다가 희석해 뿌려 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부부의 정성 덕분에 베란다 정원은 사계절 파릇파릇한 기운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을 보낸 것은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다. 집집마다 물주기에 실패하거나 병충해를 얻어 볼품없게 변한 화초들이 많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 두었다가 몇 년 동안 공들여 키운 화초들을 한순간에 저세상으로 보내는 일도 부지기수. 원예 전문가들은 화초를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물·바람·정성’이라고 말한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연구보급과 최미영 지도사는 “겨울에는 실내라 하더라도 다른 계절에 비해 춥고 낮 길이도 짧다. 식물이 휴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물주는 시간도 오전에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오전 일찍이나 오후 늦게 주는 것은 냉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화초의 특성에 맞춰 관심과 사랑을 듬뿍 줘야 한다. 물주기는 놓는 장소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으므로 흙을 3~4cm 파서 흙이 말라 있을 때 주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무사히 겨울나기를 마친 화분에 잊지 말아야 할 일이 바로 비료주기. 휴면기에서 깨어날 무렵인 3~4월은 겨울 내내 저조했던 식물의 생육을 돕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다. 비료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면 뿌리가 자극을 받아 누런 잎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적당한 양을 사용해야 한다. 비료는 유기질과 무기질(화학)비료로 나뉜다. 유기질비료는 동물의 분뇨 등을 이용해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퇴비를 뜻한다. 유기질비료는 분갈이 할 때 흙과 혼합해 밑거름으로 사용한다. 분갈이 전이라면 화분의 웃거름으로 사용하며, 화분의 흙을 2~3cm정도 걷어 내고 비료를 뿌려주고 다시 흙을 덮어주면 된다.

 무기질비료는 장기간에 걸쳐 많은 양을 주면 화분의 토양이 산성화로 바뀌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상태에 비해 빠른 효과를 얻으려면 한시적으로 잠깐씩 사용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화분의 흙 위에 고형의 무기질 비료를 적당량 얹어, 물을 줄 때마다 조금씩 흡수되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포근한 기운이 감도는 봄날, 가족과 함께 가까운 화훼단지로 봄 마중을 나가보는 건 어떨까. 천안아산에는 모두 다섯 곳의 대형 화훼단지가 있다. 화훼단지에는 난·관엽식물·선인장·다육식물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화초를 취급하는 도·소매 농원들이 밀집돼 있다. 화분을 비롯해 모래·자갈·바닥재 같은 정원용품은 물론, 거름·영양제·리본과 같은 화훼 관련 제품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화초의 종류가 다양하고 농장직거래로 건강하고 싱싱한 화초를 동네 꽃집보다 더 빠르게 만날 수 있어 장점이다.

3월에는 철쭉과 연산홍 종류가 가장 인기 있으며, 식물의 분갈이 시기는 3월 말부터 4월이 가장 좋다고 한다. 겨울나기에 실패해 비어 있는 화분들을 챙겨가 분갈이를 하면 산뜻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3월의 화훼단지에는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관엽식물과 초화류는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되며, 갖가지 모종과 씨앗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화초에 쉽게 생기는 병충해 종류와 관리법

환기가 안 된 실내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해충의 대표 격인 솜깍지벌레는 하얀 솜처럼 생겼으며 끈적한 것이 특징이다. 먼지처럼 하얗게 날아다니는 ‘온실가루이’, 자주색 점 모양의 ‘응애’도 화초들에게는 두려운 해충. 한번 생기면 여간해서는 없어지지 않는다.

병충해가 생기면 유충일 때 박멸해야 효과가 좋다. 살충제를 물에 희석해 뿌리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살충 효과가 뛰어난 ‘코니도’, ‘매머드’는 농약으로 분류돼 농약사에서 판매된다. 화원이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비오킬’이나 ‘충자바’, ‘팡자바’를 꾸준하게 살포해 줘도 병충해를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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