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더럽게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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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26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을 확정한 뒤 캐디 조 라카바를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우즈는 지난해 9월부터 라카바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올랜도 AP=연합뉴스]

“즐거움 그 자체다(Pure joy).”

 “그래 XX, 더럽게 좋다(Effing yeah).”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2009년 11월 섹스 스캔들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타이거 우즈(37·미국)가 마침내 부활의 샷을 쏘아올렸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가지 멘트를 내놓았다. 하나는 방송용이고 다른 하나는 캐디 조 라카바에게 한 말이다. 우즈는 지난 3년 동안 섹스 스캔들로 시작해 잠정적 은퇴 선언, 섹스중독 치료, 골프 복귀 선언, 그리고 이혼 등으로 얼룩졌던 행보와 회한을 ‘비속어’ 한마디에 담아 내던져버렸다.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1타 차 단독선두로 출발한 우즈는 2타(버디 4, 보기 2개)를 줄여 합계 13언더파로 그레임 맥도월(33·북아일랜드·8언더파)을 5타 차로 꺾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작렬시켰다. 18번 홀 주변에 운집한 갤러리들은 우즈가 마지막 홀에서 파 퍼팅을 성공한 뒤 우승을 확정짓자 “타이거! 타이거!”를 연호했다. 팬들은 “복귀를 환영한다, 타이거!(Welcome back, Tiger!)” “새로운 날의 시작이다!(It’s a new day!)”라고 열광했다.

 우즈는 이로써 2009년 9월 BMW 챔피언십 이후 2년6개월 만에 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날짜로는 924일 만이다. 섹스 스캔들이 터졌던 2009년 11월 호주 초청대회인 호주 마스터스 우승을 기준으로 하면 2년4개월 만이다.

 외신은 “타이거의 완벽 부활(Tiger’s resurrection)”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 NBC의 골프해설가 조니 밀러는 “이제 PGA 투어 선수들은 모두 몸조심을 해야 한다. 타이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라고 흥분했다.

 우즈의 우승 공식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대회 마지막 날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5타 차의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붉은 마법’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이번 우승은 우즈에겐 ‘안방무대’의 승리이기도 했다. 올랜도 베이힐 골프장에서만 여섯 차례 우승한 바 있는 우즈는 이 대회 승수를 7승으로 늘렸다. 통산 72승째로 잭 니클라우스(72·미국)가 보유하고 있는 73승(역대 2위)에 1승 차로 따라붙었다. 세계 랭킹도 지난주 18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우즈는 “나는 절대적으로 우승하고 싶었다. 그동안 너무 먼 길을 걸어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개최자인 아널드 파머(83·미국)의 축하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회장에 있던 파머가 혈압이 올라 급하게 병원으로 후송되는 바람에 골프의 전설과 부활한 우즈의 뜨거운 포옹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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