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태도별 학습 지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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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성 한국과학창의재단 수석연구원(왼쪽)과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은 “공부도 결국 정서가 중요하다. 공부 지도는 먼저 자녀의 마음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자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는 지도는 역효과가 나기 쉽다. 학습코칭 전문가들은 공부에 대한 자녀 태도별 부모대처법에 대해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장점을 앞세워 단점을 보완하도록 유도하는 지도방법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인문과목 좋아하는데 이공과목 싫어하면

학부모는 자녀가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에 더 주목하곤 한다. 자녀에게 “책 그만 읽고 수학 공부 좀 해”라고 말하기 쉽다. 이는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대응이다. 잘하는 과목의 공부 시간을 줄여 못하는 과목을 억지로 하게할 필요는 없다. 자녀가 잘하는 것에 먼저 주목해보자. 자녀가 자신 있게 잘하는 것을 통해 못하는 것에도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다. 국어를 잘하지만 수학·과학을 못하는 자녀에게 수학만화를 읽게 하고 과학의 재미있는 탐구 이야기가 담긴 과학 위인 전기를 읽게 하는 식이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데 성적 안 오른다면

자녀가 공부에 대한 효율적인 전략이 없거나 일방적인 전략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무조건 공부를 많이 하는 유형이다. 수면·영양섭취·휴식을 지나치게 줄이고 공부하면 괴로운 공부가 된다. 혹시 자녀가 ‘학비만(지나치게 학습량이 많은 상태)’은 아닌지 살펴보자. 학교와 학원·과외·인터넷 강의로 이어지는 학습동선에서 배우는 것은 많은데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는 이전에 배운 것을 내 것으로 완전히 만들기도 전에 새로운 것을 주입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역효과다. 외부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학’과 이해와 반복을 통해 내 기억에 저장하는 ‘습’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공부 문제로 중학생 자녀와 자주 부딪힌다면

학부모가 초등생 자녀에게 ‘공부 안내자’였다면 중학생 자녀에게는 ‘멘토’가 돼야 한다. 한발 짝 물러나 아이를 지켜보다가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만 적절하게 도움을 준다. 성적이 잘 안 나오면 가장 속상한 사람은 자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다그쳐 원래 갖고 있던 학습 잠재력마저 훼손하면 안 된다.

초등생 때 상위권이 중학생 돼 떨어졌다면

공부의 양이나 학업 스트레스가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점을 넘은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현상은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초등학생에게 하루에 영어단어를 50개씩 외우게 하는 학원이 있다. 그런 방법으로 6개월~1년을 하면 상당히 많은 단어를 암기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기억은 학원의 단어 시험이 끝나면 머리에서 사라지는 시간도 빠르다. 공부한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남아야 지식이 된다. 중학생부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능력은 더욱 요구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고력과 응용력이 더욱 요구되기 때문이다. 자녀가 공부환경이 달라져도 잘 적응할 수 있으려면 적당량을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훈련해야 한다.

공부에 도통 흥미를 갖지 못한다면

공부에 앞서 성공 경험을 많이 갖게 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 운동으로 성취감을 맛본 적이 없다면 어른이 돼서도 운동을 싫어할 확률이 높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자녀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왔다고 가정하자. 100점 자체를 칭찬하기 보다 100점을 맞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 칭찬해준다. 작은 시험이지만 공부에 대한 아이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문제를 많이 틀렸을 경우엔 혼내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더 노력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궁리해 본다. 예를 들어 받아쓰기를 지도할 때 아이가 부르고 엄마가 받아 적은 뒤 아이가 채점할 수도 있다. 이성이 발달한 학생에겐 학습 원리 등으로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감성이 발달한 학생에겐 역경을 딛고 공부로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도움말=한국교육컨설턴트협의회박춘성 전문위원(한국과학창의재단 수석연구원), 한국집중력센터 이명경 소장, 한국학습코칭센터 서상민 대표 전동민 연구소장

● 초등생 자녀 과목별 지도법

- 국어 : 고학년으로 갈수록 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국어 실력이 부족해 수학·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짧고 재미있는 책에서 시작해 독서 분량을 점차 늘린다. 책을 읽은 뒤 가족과 친구 앞에서 내용을 이야기하면 말하기 실력도 기를 수 있다. ‘지은이가 말하고 싶은 건 뭘까?’ ‘주인공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질문하면 독서감상문 쓰기에도 도움된다.

- 영어 : 영어 노래·게임·영화로 영어와 친해지고 잘 못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한다. 단어 하나하나보다 전체 내용과 의미에 집중하게 한다. 영어 단어는 노트에 쓰며 소리 내어 읽으면서 외운다. 암기카드(앞쪽엔 단어, 뒤엔 발음과 뜻을 적은 카드)로 퀴즈를 내고 아이가 맞히게한다. 문장이라도 영어 일기를 쓴 뒤 큰 소리로 읽으면 쓰기와 말하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수학 : 문제집은 교과서의 내용을 모두 이해한 뒤에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수학의 기본은 연산이다. 아이가 숫자와 기호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도한다. 고학년이 되면 사고력이 중요하다. 어려운 문제도 끈기 있게 푸는 자세를 갖게 한다. 수학에 거부감이 있으면 수학 동화를 읽거나 수학 퍼즐·게임을 활용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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