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이어 두 번째 통역 총지휘 맡은 ‘장관의 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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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수식어가 많고 실용적이에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콘텐트로 핵심을 찔러 설득력이 강하죠.”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사용되는 18개 언어의 통역을 총괄하는 이진영(55·사진)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 정상들의 화법을 꿰뚫는다. 1700회의 크고 작은 국제회의를 거친 관록 덕분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통역사들을 총지휘하는 수석통역사(consultant interpreter).

국내에서 치러진 정상급 국제회의에서 한국인이 수석통역사를 맡은 건 처음이다. 그는 이를 ‘통역주권의 회복’이라고 했다. 88 서울올림픽, 2000년 아셈회의 땐 수석통역사가 모두 외국인이었다.

 “정상들의 언어엔 철학과 인격, 지적 역량이 모두 배어 있어요. 한국인으로서 이런 큰 통역을 조직한 경험을 살려 통역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회의엔 언어당 3명씩 모두 54명의 통역사가 58명의 정상들의 입과 귀가 된다.

 통역사는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피 말리는’ 직업이라 한다.

 “통역할 때는 화장도 안 하고, 청바지 같은 편한 복장과 낮은 굽의 신발을 신어요. 회의장에서 만찬장, 회견장으로 번개처럼 이동하려면 기동력이 필수죠. 비밀유지를 위해 통역하면서 겪은 일에 대해 회고록을 써서는 안됩니다. 통역사는 고된 예술가나 다름없어요.”

 그는 1983년 아웅산 테러로 순직한 이범석 전 외무부 장관의 딸이자 조태용 현 호주 대사의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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