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혹독한 겨울 닥친 D램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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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북미현물시장에서 64메가D램 개당 가격이 4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세계 D램업계에 혹독한 겨울이 닥쳤음을 의미한다.

D램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11월에 가격이 하락함으로써 올해 D램 수요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을 뿐만아니라 시장이 본격적인 비수기에 들어가는 12월 이후의 추가 하락을 예상케 하기 때문이다.

▶왜 떨어지나= D램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은 무엇보다 반도체업체들이 늘어나는 D램 재고를 견딜 수 없어 출혈경쟁을 하며 제품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중반 D램 공급부족론이 퍼지며 PC업체들이 D램을 지나치게 많이 구입했지만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둔화로 PC시장이 냉각, PC업체들은 최근 D램 구입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D램업체들이 물량을 쏟아내도 PC업체들의 구매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업체들의 재고일수가 현재 27일에서 내년 6월에는 50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D램업체들의 재고 부담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해소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내년 상반기 D램가격은 다시 한번 폭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가경쟁력= D램시장이 이처럼 긴 겨울을 맞음에 따라 반도체업체들간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D램 가격의 하락을 견디며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원가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퍼지며 세계 D램업계에서는 원가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 D램업체들의 원가경쟁력은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상위그룹에 올라있고 독일의 인피니온과 대만업체들이 중위그룹, 현대전자와 일본업체들이 하위그룹을 각각 이루고 있다.

현대전자는 부채 축소를 위해 생산라인 업그레이드를 제대로 못한 점과 높은 금융비용 문제로, 일본업체들은 높은 인건비와 낡은 생산설비 문제로 원가 낮추기에 애를 먹고 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원가가 높은 일부업체는 이미 적자판매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전자가 고강도 구조조정과 부채 축소를 통해 원가를 빨리 낮추지 않는한 세계 D램업계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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