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신낭만파 바버의 음악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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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신낭만주의자' '미국의 벤저민 브리튼' '천부적인 멜로디스트' …. 올해 탄생 90주년을 맞는 미국 작곡가 새뮤얼 바버(1910~81)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어떤 유파나 유행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감각에 충실한 음악을 작곡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 삽입곡, 82년 그레이스 모나코 공주 장례식 음악으로 사용돼 '팝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현을 위한 아다지오' 외에도 그가 남긴 음악세계는 넓고 깊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 피아니스트 이경숙(연세대 교수)씨가 바버의 피아노곡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 호암아트홀에서 '소나타' '발라드' '녹턴' '유람(Excursions)' '인터류드' 등 5곡을 연주한다. 20세기 음악이지만 낭만주의 음악 못지 않게 듣는 이의 감성에 호소하는 작품들이다.

'발라드'(77년)는 제5회 밴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과제곡으로 초연됐던 작품.

'작곡가의 휴일'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좋을 만한 '유람'은 45년 필라델피아에서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초연한 곡. 부기우기·블루스·변주곡·컨트리 춤곡 등 4개의 소품을 엮어놓은 것이다.

'인터류드'는 32년 커티스 음대에서 작곡자가 직접 초연한 곡으로 넓은 음역과 다채로운 음색, 뛰어난 서정성을 자랑한다.

또 피아니스트 존 브라우닝이 초연한 '녹턴'은 녹턴(야상곡)의 원조격인 영국 작곡가 존 필드에 대한 예찬이다.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은 호로비츠가 초연한 '소나타'(1949). 1악장과 3악장에서 12음 기법의 영향도 엿보인다.

이경숙씨는 "커티스 음대 유학시절 난생 처음 20세기 음악이라고 접해 본 게 새뮤얼 바버였다"며 "선율적 서정성이 뛰어나지만 풍부한 화성과 복잡한 리듬이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또 "살아있는 작곡가의 신작 초연도 좋지만 전곡 연주를 통해 덜 알려진 작곡가의 작품이나 유명 작곡가의 미발굴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이 굵은 연주로 협주곡 무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그의 전곡 연주 도전은 여섯번째. 베토벤 협주곡(87년), 베토벤 소나타(88년), 모차르트 소나타(89년), 프로코피예프 소나타·차이코프스키 협주곡(91년)을 완주한 바 있다. 02-543-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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