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홀로코스트” … 역풍 맞은 네타냐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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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비유 남발로 반발을 사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핵 위험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언급을 지나치게 자주 해 국내적으로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는 이란을 나치하의 독일에 견주면서 이란의 핵개발이 제2의 홀로코스트를 부를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비판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갈래다. 수백만 명이 살해당한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의미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그 첫째다. 둘째는 비유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스라엘을 무기력한 피해자로, 이란을 집단학살에 집중하는 강력한 국가로 묘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많은 국가가 이란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기를 바라는 가운데 네타냐후의 잦은 홀로코스트 언급이 긴장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네타냐후가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총회에서 1944년 세계유대인의회가 미국에 아우슈비츠 수용소 폭격을 촉구했음에도 거부당했던 일을 소개하며 “이스라엘은 어떤 위협에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하자 비난이 더욱 고조됐다. 이스라엘 언론의 사설과 칼럼은 ‘짜증나는’ ‘저속한’ ‘어리석은’ 등의 표현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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