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죽느냐 사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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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10보(108~117)=바둑이 자꾸만 격렬해지는 것은 아마도 ‘세태’ 탓일 게다. 세상의 혼탁함과 격렬한 생존 경쟁이 바둑 판에도 은연중 영향을 미치는 게 틀림없다. 개인적인 취향도 물론 작용한다. 이 판의 김지석 7단처럼 전형적인 싸움꾼들은 맹수처럼 물어뜯지 않으면 몸살이 난다. 왜 그렇게 싸우느냐고 물으면 “끝내기가 약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건 진실일까, 핑계일까.

 구리 9단의 이단 젖힘이 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상대에게 몸을 밀착시켜 비벼대는 느낌인데 “궁할 때는 상대에게 기대라”는 격언과 본질이 통한다. 백은 ‘참고도’처럼 1, 3으로 잡고 싶으나(이게 눈을 없애는 데는 훨씬 좋다) 중앙 쪽이 약해져 흑4 같은 맥점을 당하게 된다. A로 잡히는 수도 남는다. 결국 108로 끊고 110 느는 수뿐이며 흑은 자연스럽게 111쪽으로 치고 나오는 그림이 된다.

 112는 시간 연장책. 싸움이 격렬하다 보니 초읽기에 몰린 지 오래됐다. 114의 한 칸으로 공격한다. B로 잇는 것은 뭉친 모양이라 피하고 있다. 하지만 구리 9단은 115를 선수한 뒤 117로 두어 온다. 백에 B를 강요하고 있다. 백을 뭉치게 만들어 중앙 쪽의 맛과 연계해 수를 내겠다는 속셈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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