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고 보험료 인상, 소비자는 '득' 중개업자는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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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에서 운영 중인 보증보험료의 인상을 두고 부동산 중개업계가 들끓고 있다.

보증보험이란 부동산 중개업자가 매도·매수인 등 소비자에게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힌 경우 중개업소당 연간 1억원(법인은 2억원) 한도 내에서 피해에 대한 배상을 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중개업소들은 협회에서 운영 중인 공제회나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을 하고 중개업소를 운영해왔다.

연간 계약에서 건별 계약으로… 무엇이 다를까

문제는 지난달 국토해양부가 배상 한도를 연간 1억원에서 건당 최고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중개업자는 협회에 연 22만원의 공제료를 내고, 1년간 1억원까지 보장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계약 건별로 공제 또는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동산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1억원 한도 내에서만 배상이 됐다.

지난 2010년 인천 계양구의 한 중개업자가 오피스텔 주인으로부터 월세 계약을 위임받아 놓고 25가구와 전세계약을 맺어 전세보증금 9억원을 가로했던 전세사기 사건을 예를 들어 보자.

이 경우 종전대로라면 연 공제한도인 1억원을 25명이 나누어 가구당 400만원씩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 시행령이 시행되면 중개업자가 매 계약 건별로 공제를 가입해야 한다.

그리되면 피해를 본 25명 모두 최고 1억원 한도내에서 실제 납부한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전세난 등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사기가 들끓는 요즘, 소비자에겐 희소식이다. 

부동산 사기를 당하더라도 피해액을 구제받을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인중개사들은 왜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젊은공인중개사 모임 관계자는 "지난 2월 협회 공지에 따르면 협회가 공제제도의 개선을 위한 대책마련을 국토부에 요청하고, 국토부는 협회의 외부 용역결과를 그대로 반영해 이를 수용한 결과"라며 "협회 측은 '그동안 운영해왔던 공제회비가 바닥이 났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 외에는 공제회를 운영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정부의 중개사고 보증 보험료 인상 방침에 중개업소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어 "1990년부터 20년간 운영된 공제회에 회원들이 매년 200억원씩 냈음에도 공제비가 바닥이 났다는 것은 방만 경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협회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데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회원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난했다.

"중개수수료 인상 불가피"

협회 공제사업 특별회계 공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평균 200억원씩 보험료가 납부됐다. 공제금(보험금) 지급현황을 보면 2008년 30억6000만원, 2009년 37억6182만원, 2010년 43억9872만원 등으로 납부된 보험료에 크게 못 미친다.


물론 2010년 현재 진행 중인 보험료 청구 소송이 총 232건(228억6716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제회비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개사들은 또 연간 계약에서 건별 계약으로 운영 방식이 바뀌면 보험료가 종전보다 최소 3배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공인중개사모임 관계자는 "현재의 중개수수료율 테두리 안에서 인상된 보증보험료를 감당할 중개업자는 없다"며 "결국 중개수수료를 대폭 올리거나, 보험금을 소비자에 실비로 청구하는 수밖에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꼭 좋은 수단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러나 "부동산 사기에 의한 피해자가 급증하는 추세인 데다 중개업자들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어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부동산 중개업 관련 민원서류도 간편해져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선안은 공제전산시스템 구축 등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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