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화학요법 안듣는 전립선암에 ‘아비라테론’ 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10년(1999~2009년) 동안 전립선암 환자 수가 13.2% 늘었다.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다섯째 암이다.

 전립선암은 ‘침묵의 암’이라고 불린다. 아무런 증상 없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신체기관으로 암세포가 옮겨가는 비율도 높다. 전립선암 환자 중 암이 전이된 비율은 약 40%에 이른다.

 전립선암이 전이되면 보통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 전립선암이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증식한다는 점을 이용한 방법이다. 남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해 암 전이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효과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이때부터 부작용은 심하지만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항암화학용법이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문제는 화학요법도 말을 듣지 않을 때다. 이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지금까진 없었다.

 그런데 최근 기존 전립선암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은 치료제가 등장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존슨앤존슨의 ‘아비라테론’이다.

 미국 콜로라도대병원 의료진을 중심으로 이뤄진 다국적 연구진은 항암요법까지 실패한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 약을 쓴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약을 사용한 그룹의 평균 생존기간이 4개월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지난해 게재됐다. 두 차례 이상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치료 효과를 확인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후 항암요법에 앞서 이 약을 투여한 환자에게서도 효과가 있다는 추가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임상시험 중간에 원래 계획대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말고 대조군에 있는 환자들에게도 이 약을 투여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아비라테론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추후 국내 허가 신청도 진행될 전망이다.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김청수 교수는 “더 이상 치료 대안이 없던 국내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