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연금 재정고갈 경고 새겨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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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국민이 노후 대비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는 국민연금의 고갈시기가 당초 알려진 2060년이 아니라 그보다 11년 앞선 2049년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대로라면 지금 20세인 청년이 57세가 되는 시점부터 더 이상 받을 연금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요즘 유력한 노후대비책으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국민연금의 신뢰성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젊은이들의 연금 기피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의무 가입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 시스템 자체의 존속을 어렵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박유성(통계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07년 논란 끝에 ‘적게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개편하면서 ‘연금 고갈시기가 2047년에서 2060년으로 늦춰졌다’는 분석에는 치명적인 통계상의 오류가 있다고 한다. 연금 고갈시기의 추정에 기초가 되는 사망률과 출산율을 너무 높게 잡은 데다 조기 노령연금 수령자는 지나치게 적게 잡았다. 연금재정의 건전성이 낙관적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제 연금재정은 예상보다 훨씬 일찍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박 교수의 분석에도 오류가 있다”며 “연금 고갈시기가 앞당겨지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불안이 가시지는 않는다. 국민연금 재정이 워낙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며,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계산에 조금이라도 오류나 부실의 소지가 있다면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철저하게 다시 검증해 봐야 한다. 명백하게 연금재정의 실상이 공개돼야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마침 내년은 5년마다 하는 연금재정 재계산의 해다. 정부와 연금공단은 차제에 박 교수의 지적을 포함한 모든 오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금재정 추계를 엄밀하게 다시 하기 바란다.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하다면 국민을 설득해 새로운 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 덮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국민연금제도는 설 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