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해임 1보, 인터넷 신문 구석에 단신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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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일 오전 10시5분.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 인터넷 매체인 런민왕(人民網)에 단신이 올라왔다. 초기화면 오른쪽 중간에 올라온 기사는 ‘긴급’ 표시 없이 관영 신화통신 보도를 인용한 것이었다. “며칠 전 당 중앙이 장더장(張德江) 동지가 충칭(重慶)시 당위원회, 상무위원회 서기를 겸직하도록 했으며 보시라이(薄熙來) 동지가 더 이상 충칭시 당위원회와 상무위원회 서기를 겸임하지 않는다.”

 더 이상의 내용은 없었다.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청두 미국 총영사관 망명 사건의 한가운데 섰고, 올가을 당 대회에서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의 해임으로는 믿기지 않는 보도였다. 이 기사는 네티즌들이 찾기 어려운 위치에 배치됐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기자는 “좋지 않은 일로 지도자가 해임될 경우 (언론이) 단신 처리하고 가능한 한 알리지 않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그 22분 후인 10시27분. 중국관영 중앙TV 뉴스전문채널(CCTV13)은 긴급 뉴스를 알렸다. 같은 내용이었다. 아나운서는 10여 초 뉴스를 읽고 더 이상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이 뉴스는 오후 7시 종합뉴스 시간까지 방송되지 않았다.

 관영 신화사 통신 홈페이지엔 보 서기 해임 기사가 10시55분에야 올라왔다. 15일 충칭시 영도자(지도자) 회의가 열렸고,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이 보 서기 해임 소식을 전했다는 내용이 추가돼 있었다. 신화사가 관련 뉴스를 당 기관 매체에 먼저 배포하고 인터넷에 올렸다는 얘기다.

 보 서기의 해임은 14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 해당) 폐막 기자회견에서 "반성하라”고 충칭시 당위원회를 경고하면서 예견됐다.

 보 서기 해임은 8일 전에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보 서기는 8일의 전인대 2차 전체회의에 불참했었다. 중국 지도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전인대 전체회의에 불참한 경우는 거의 없다. 보 서기는 9일 기자회견에서 “몸이 좋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밝혔으나, 충칭시 전인대 대표단 대변인은 그 전날 “보 서기의 몸 상태는 문제없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8일 직전 당이 중앙 상무위원회와 정치국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보 서기의 해임을 결정했고 보 서기가 이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국 회의에는 보 서기를 제외하고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정치국원(정원 25명)이 모두 참석했다고 한다. 신화통신도 15일 당 중앙이 며칠 전(日前)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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