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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방전 주택시장…갈수록 더 '휘청'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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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주택시장이 안개 속이다. 개발 기대감도 찾기 어렵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만 확산되고 있다. 올해는 매년 1~2월 있던 겨울방학 학군특수도 사라졌다.

중개업소마다 급매물은 늘어나고 있는데 사려는 사람은 없다고 아우성이다.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과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평형 확대 정책 방향을 펴고 있어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더 움츠러들었다.

유럽 재정위기, 가계 부채 확대 등으로 국내외 경제 조건은 불안하다. 이러다 진짜 10년 이상 침체를 이어온 일본 주택시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

전문가들도 주택시장 전망을 내놓기 불편해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유럽재정위기, 정부의 금리 정책, 박원순 시장 효과 등 국내외적으로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너무 많아서 단기적인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체로 1년 안에 주택시장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B금융그룹연구소 강민석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한 변수가 1년 안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부터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해 예정된 총선과 대선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은 미미할 전망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총선과 집값의 상관관계는 찾을 수 없고, 대선 때는 심리적인 영향이 일부 작용하지만 크진 않다”며 “현재 뉴타운 등 각종 개발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치권에서 내놓을 수 있는 공약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가 전세나 월세 가격 상승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복지공약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임대료 보조 공약이 전셋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거비를 보조하면 임대료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집값 폭락 가능성은 낮아”

당장 집값이 회복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면 5년, 10년 후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인구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가구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폭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김선덕 소장은 “통계청이 인구가 하락세로 꺾이는 정점을 기존 2018년에서 2030년이라고 정정한 상태고, 과거 예상하지 못한 외국인의 국내 유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실업률, 가계 부채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주택수요는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 섣부르게 주택시장이 꺾일 것이라고 예측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재룡 연구원은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수가 아니라 주택 수요의 주체인 가구수 변화”라면서 “2030년 이후에도 인구는 줄어도 가구는 쪼개지면서 늘어날 수 있고, 1~2인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 크기는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과거와 같이 주택으로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조주현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주택 수요가 갑자기 크게 감소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집값이 폭락할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주택을 통해 과거와 같이 큰 시세차익을 남기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주택의 인기는 분명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젠 시장을 국지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은 혁신도시, 세종시 등 새롭게 수요가 창출되는 곳, 수도권에선 위례신도시 등이 중장기적으로 새롭게 뜨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 하반기 내 집 마련 타이밍”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타이밍을 올해 하반기 정도가 좋다고 조언한다. 대외 경제상황, 뉴타운 출구전략 등 변수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서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조금씩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급매물이 쌓이는 하반기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단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시장의 핵심규제를 완화할지 동향을 주시하면서 관심지역의 급매물은 지금이라도 사는 게 좋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여당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 그동안 주택 수요 심리를 억눌렀던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정부도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내놓기 위해 관련 부처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DTI가 완화되면 주택거래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급매물은 지금이라도 매수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신규 분양 물량이나 조합원 입주권 급매물이 유망할 것으로 본다. 분양을 앞둔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특히 서울시의 출구 전략으로 희소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신도시 입주 단지 급매물이 괜찮아 보인다. 김포 한강신도시나 수원 광교신도시, 남양주 별내지구 등지다. 아직은 기반 시설 부족으로 일부 단지에서는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물건도 나온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수요가 풍부한 중소형 위주로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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