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실내악단 슬기둥 창단 15돌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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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방송에서 국악기로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우리 가요를 들을 기회가 흔한 편이지만 10여년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국악은 곧 전통음악을 의미했기 때문에 국악기로 팝송이나 가요를 연주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처럼 여겨졌다.

20대의 젊은 국악 연주자 8명이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슬기둥'을 결성한 것은 1985년 6월.

강원도 용평에서 MBC-FM 주최로 열린 청소년음악회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방송·레코딩·공연 활동을 해온지 어언 15년이 지났다.

전통 국악기에 기타·신시사이저를 가미한 현대적 감각의 작곡.편곡으로 국악가요·국악동요·무용음악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온 신세대 국악 실내악단 '슬기둥'이 오는 11월 13일 8시 LG아트센터에서 창단 15주년 기념공연을 한다.

1기와 2기 멤버 17명과 함께, 90년대 들어 슬기둥 멤버들이 중심이 되어 창단한 타악그룹 '푸리' '공명', 프리뮤직그룹 '상상' 등이 출연한다.

이번에 연주할 곡목은 '한계령'(가수 양희은의 노래와는 다른 연주곡) '꽃분네야' '산도깨비' '소금장수' '고구려의 혼' '신푸리'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신뱃놀이' '지게소리' 등 이미 발표된 국악가요들.

또 홍동기의 '티벳의 하늘', 이준호의 '통일' '바람' '평화의 소리', 김용우(편곡)의 '장타령' 등을 처음 발표한다.

'슬기둥'은 악기 음색을 의성어로 표현한 육보(肉譜)에서 거문고의 제 1~3현을 한꺼번에 뜯는 소리를 가리키는 말. 육보에서 쓰는 말은 자못 흥미로운데 예컨데 '동당'이라하면 가야금의 세째, 네째 줄을 연이어 뜯으라는 얘기다.

슬기둥은 창단 이후 선보였던 음악세계를 정리하는 한편, 이번 기념공연을 기점으로 월드뮤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최소한의 멤버 교체도 단행할 계획이다.

'슬기둥'은 신시사이저를 곁들여 정적(靜的)인 음악을 추구해온 1기와, 타악기 등 역동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2기로 나뉜다.

문정일(피리·전주 우석대 교수)·민의식(가야금·KBS국악관현악단 악장)·강호중(피리·추계예대 교수)·이준호(소금·경기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정수년(해금·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노부영(양금·KBS국악관현악단 단원)·권성택(타악·국립국악원 연주단원) 등 1기 멤버들은 어느덧 국악계의 중견으로 성장했다.

2기 멤버는 허윤정(아쟁)·원일(피리·국립무용단 음악감독)·김용우(노래)·권성택(북·국립국악원 연주단원)·홍동기(신시사이저·작곡)·민영치(꽹과리)·나원일(가야금)·정길선(가야금)·최윤상(장구)등.

창단 멤버 중 이준호·강호중·정수년씨는 2기에서도 계속 활동하면서 꾸준히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발표한 7장의 음반이 모두 잘 팔려나가나는 등 '슬기둥'의 성공에 힘입어 '어울림' '오느름' '해오름' '다스름' 등 실내악단이 생겨났고 멤버 중 민영치(푸리)·최윤상(공명)·강윤일·허윤정(상상)등은 독자적인 그룹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지휘자·작곡가로도 활약 중인 이준호씨는 "세월은 흘렀지만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을 추구한다는 '슬기둥'의 창단 목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02-732-4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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