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못 줄일 바엔 활용” 부생가스로 전기 생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지난해 여름 포스코 포항제철소 1코크스 공장 안에 있는 ‘공장 속의 꽃밭’ 모습. 직원들이 2008년부터 공장 내 4500여㎡ 공터에 바이오연료의 상징인 해바라기를 키우고 있다. [중앙포토]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오염산업이다. 철광석과 석탄 더미를 공장 앞 부지에 잠시 쌓아두기만 해도 엄청난 분진이 날린다. 펄펄 끓는 고로에서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CO2)를 뿜어낼지는 굳이 수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상상이 가능하다. 이런 철강산업의 대표주자인 포스코가 국내 첫 그린기업 평가인 2011년 그린랭킹(중앙일보·서스틴베스트·에프엔가이드 공동 주최)에서 금속 부문 1위에 올랐다. 석탄을 철광석과 함께 1500도로 펄펄 끓이는 제철소가 그린기업이라니…. 포스코에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포스코 강영갑 전력계통과장은 “답은 발상의 전환에 있다”며 광양제철소 관제센터에 붙어 있는 ‘궁변통구(窮變通久)’라는 글귀를 언급했다. 그는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두루두루 오래 간다는 뜻”이라며 “이 글귀 안에 포스코가 지속가능한 회사로 살아남기 위해 변해온 사연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석탄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없다면 차라리 이를 활용하자는 전략을 폈다. 예컨대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생가스 대부분을 모아 자가발전에 활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발생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의 70% 이상을 이 부생가스를 이용한 자가발전 등에서 얻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공정 중에 나오는 열을 회수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철강을 생산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부산물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슬래그다. 1400도의 슬래그는 물로 급속하게 냉각해 시멘트 대체로 쓰거나, 서서히 식혀 도로 아스팔트 밑에 까는 재료인 노반재 등으로 재활용한다. 포스코는 부산물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슬래그의 열에너지를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쓰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철강 공정상 뜨겁게 달궜다가 차갑게 식히는 과정이 많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버리지 않고 쓰겠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시작해 현재 현장시험을 추진 중이다.

 제철소 굴뚝에서 나오는 가스도 에너지로 쓴다. 이 가스는 300도 이하의 중저온 에너지로, 과거엔 기술적·경제적 이유로 이 열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포스코는 이를 회수해 발전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2010년부터 포항제철소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부생가스를 활용한다든지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것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포스코는 궁극적으로 석탄을 사용하지 않아 탄소 배출이 없는 차세대 제철 공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모두 수소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부생가스 중 수소를 모아뒀다가 이용하는 기술을, 장기적으로는 대량으로 고농도의 청정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 환원 제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 에너지기술팀 곽인철 팀리더는 “포스코는 환경 관련 규제 대응이라는 소극적 관점이 아니라 녹색성장이라는 미래 패러다임에 맞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일상생활에도 녹색경영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직원의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 인체 감지 센서를 이용해 근무인력이 없으면 조도를 자동으로 낮추는 장치를 자체 개발해 포항과 광양 두 제철소의 960여 개 전기실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상당 부분 절약하고 있다. 또 포항제철소 고로공장과 광양제철소 열연공장 등 14곳에 자연채광창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6MWh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