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캐릭터] 우유부단한 마마보이 '해피'의 이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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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중들 앞에서 힘겹게 게임을 치러야 하는 스포츠 선수들. 특히 단체전이 아닌 개인대 개인의 경기라면 그 무게와 시선을 감당하기가 버거울 것이다.

부유하고 모든 것이 갖춰진 집안. 완벽을 바라는 엄마의 기대, 그리고 자신이 혼자서 무언가를 결정해 본적이 없는 사람, 항상 누군가가 결정해주고 위험을 감수해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과연 혼자 감당해야 할 경기를 묵묵히 치러낼 수 있을까.

위에서 말한 두 상황을 모두 지니고 있는 사람,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기를 원하지만 늘 망설이기만 하는 나약한 마마보이. 바로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 '해피'의 전편에서 보이는 인물 '이찌로'다.

테니스를 포기했다가 오빠의 빚을 갚기위해 다시 테니스를 시작한 미유키. 그리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기를 원하는 강한 승부욕의 초쿄. 이들의 강한 캐릭터처럼 이찌로의 우유부단함은 더욱도 독자를 답답하게 만든다.

이찌로에게 있어 미유키는 사랑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좌절을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면서 그는 다짐을 한다. 이찌로는 결국 미유키를 보면서 용기를 얻고 자신의 길을 확신하며 찾아간다.

미유키의 아버지를 사랑했던 이찌로의 어머니 봉황그룹 회장 아다코. 엊갈린 애증으로 더욱더 미유키를 괴롭히지만, 미유키의 테니스에 대한 의지에 결국 감동하고 만다.

그녀는 자기 아들 이찌로에게 '너는 큰 승부를 감당해 낼 용기가 없다'며 작은 것에 만족하도록 만들었지만 끝내 아들의 '반항'에 보이지 않는 웃음을 보낸다.

'해피'에서는 거의 모든 주변사람들이 이찌로와 같이 자신의 불안한 심경을 미유키를 통해 해결하고 용기와 대리만족을 얻는다.

자신의 것을 열심히 찾아간 타인을 보면서 또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현대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찌로가 되어 미유키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Joins 이연수 기자 <fanta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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