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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다문화 한국을 껴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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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 어울림 생활체육대회’. 이처럼 다문화 가정은 우리 이웃으로 자리잡았다. 문학이 다문화 사회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중앙포토]

한국은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다문화 가구는 38만7000 가구로 전체 가구의 2.2%에 달한다.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나, 그 증가세가 가파르다. 최근 5년 새 다문화가정 자녀가 15만115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문학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다문화 가구도 그 관심에서 벗어날 수 없을 터. 우리 문학은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대산문화’ 봄호가 ‘다문화 시대의 한국문학’이란 특집을 실었다. 고명철 교수(광운대 국문과), 이경재 교수(숭실대 국문과), 소설가 손홍규, 조재룡 교수(고려대 불문과) 등이 다문화 사회를 맞이한 한국 문학의 양상과 과제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고 교수가 옮겨놓은 한 이주노동자의 시다.

 ‘말을 못한다고/피부색 다르다고/외국인은 왜 노동자가 아닌가요?/…/외국인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노예가 아니면 노동자?’

 담바 수바라는 이주동자자가 쓴 ‘외국인은 무엇인가요’라는 시다. 시의 문학적 가치를 따지기 전에, 저 절절한 목소리가 우리 가슴을 찌른다. 문학은 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명철 교수는 “이주노동자들이 정착하면서 한국 문학이 그들에 대한 편견을 반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효환의 시 한 토막을 옮겨 적었다.

 ‘ …/베이지색 유니폼에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를 서두르는 젊은 여인이 있네/…/잠시 주저주저하더니 반도 최북단 항구도시 함흥서 왔다고 하네/…/남쪽에서 가장 힘든 일은, 부모 형제 그리운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말씨를 고치는 것과 북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는 일이라네 /…’(‘탈북 캐디 이소희’)

 우리는 다문화라고 하면, 습관적으로 동남아 혼혈아를 떠올리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이방인들을 모두 다문화라는 테두리에서 살펴야 했다. 탈북자의 설움을 그대로 옮긴 저 시에서 우리 안의 배타적 시선을 반성하게 된다.

 이주노동자를 향한 배타성을 문학의 눈으로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이가 하종오 시인이다. 그는 『아시아계 한국인들』(2007) 『제국』(2011) 등과 같은 시집에서 한국 사회의 순혈주의를 고발해왔다.

 ‘지구의 해산바라지’(오른쪽 시 참조)라는 시가 대표적이다. 한국인 산모도 베트남 산모도 필리핀인 산모도 모두 한국에서 함께 몸을 푸는데, 그들이 낳은 아이들은 어떠한가. ‘시방 똑같은 소리로’ 울지 않는가. 저 아이들을 우리 이웃으로 마땅히 품어야 하지 않는가. 시는 그렇게 묻고 있다.

 한국 소설도 다문화 사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이경재 교수는 김재영의 단편 ‘코끼리’를 대표적인 다문화 소설로 꼽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네팔인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인간이 아닌 짐승 처럼 취급받는 다문화 가정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이 교수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한국 문학이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작품에 드러난 고통받는 이들의 존재는 우리 안의 제국주의를 성찰하도록 이끈다”고 했다.

지구의 해산바라지 - 하종오

지금

한국에서 몸 푼 한국인 산모는

친정어머니가 끓인 미역국을 먹고요

지금

한국에서 몸 푼 베트남인 산모와

한국에서 몸 푼 필리핀인 산모와

한국에서 몸 푼 태국인 산모와

한국에서 몸 푼 캄보디아 산모는

시어머니가 끓인 미역국을 먹고요

시방

아기들은 똑같은 소리로 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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