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반도체, 정현준씨에 금감원 로비 부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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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사장이 장성환 유일반도체 사장으로부터 이 회사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넘겨받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금감원 로비의 실체 일부가 드러났다.

지난 28일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은 張사장은 "올 2월 한국디지탈라인의 金모 전 감사에게 '우리 회사가 BW 발행 때문에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는데 민원을 해결해 달라' 며 액면가 3억5천만원 상당의 BW를 넘겼다" 고 밝혔다. 그는 또 "金씨가 鄭씨에게 BW를 주면서 부탁한 것으로 안다" 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의 부탁을 받고 유일반도체 로비를 위해 李씨에게 금감원 로비자금 10억원을 제공했다" 는 鄭씨의 당초 주장에 설득력이 생긴 셈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틀째 조사중인 張사장에 대해 이 회사 BW를 시가의 20~25% 수준으로 발행,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특히 저가발행된 유일반도체 BW문제와 관련, 금감원이 '관련자 경고' 선에서 마무리한 점으로 미뤄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BW 발행업무를 관장한 당시 금감원 조사총괄국 직원 2명을소환, 조사중이다.

◇ BW 왜 鄭씨에게 넘어갔나=BW란 특정시점에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사채다. 유일반도체가 지난해 6월 발행했던 BW는 행사가격(일정시점후 주식을 살 수 있는 가격)이 주당 2만원이었다. 당시 유일반도체 주가가 8만~9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검찰조사 결과 鄭씨가 받은 BW는 유일반도체 주식 1만7천5백주(13억여원 상당)를 살 수 있는 권리였다.

鄭씨는 이와 관련, 검찰에서도 "유일반도체가 BW를 저가발행한데 대한 올해 초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되자 BW를 받은 뒤 금감원 로비용으로 현금 10억원을 마련, 이경자씨에게 건네줬다" 고 주장했다.

더구나 지난 6월 張씨는 이 BW중 일부를 다시 金전감사를 거쳐 鄭씨로부터 10억원 상당에 되샀다.

검찰 관계자는 "유일반도체에 대한 금감원 검사를 무마하기 위해 鄭씨가 BW를 받은 뒤 이를 현금으로 '세탁' 해 李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혔다.

◇ 금감원 주장과 수사 방향=금감원측은 유일반도체의 BW 발행 검사에 의혹이 쏠리자 당시로서는 위법으로 판단할 법규가 없어 가벼운 '경고' 조치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저가발행이라도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해서는 저가발행을 규제하는 규정이 당시는 없어서 불법이라고 제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유일반도체의 BW 저가발행의 문제점이 부각된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BW 발행때 주가를 감안해 행사가격을 정하도록 하는 증권업협회 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저가발행의 위법성을 그대로 묵인했던 금감원 직원에 대해 계속 수사, 금품을 받았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李씨가 鄭씨로부터 돈을 받고 실제로 로비에 나섰는지 여부도 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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