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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수퍼특공대' 긱스 2집내고 콘서트

중앙일보

입력

가요계의 '수퍼특공대' 긱스가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랄랄라'의 1집 이후 채 1년이 안지났지만 이들의 연주에서 '좋은 음악'에 대한 지루한 갈증을 해소했던 팬들에겐 오랜 기다림이었다. 기자도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취재수첩과 팬을 챙기고, 2집 발매 콘서트 준비가 한창인 신사동 W스튜디오를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어렴풋이 들리는 경쾌한 록음악에 금새 몸이 편안해진다. 불후의 명곡 '슈퍼스티션'과 '아이 샷 더 셰리프'다. 말 그대로 '광란의 무대'를 연출했던 지난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싶다.

"안녕하세요" 좀 여윈듯한 모습의 한상원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여섯명 중 세명은 현직 음악교수고 보컬 이적은 밤 10시부터 두시간동안 라디오 프로를 진행한다. 바쁜 일정에 콘서트 준비도 막바지에 이르러서인지 모두 피곤한 기색이다.

새 앨범에 대해 이적이 먼저 말을 꺼냈다. "긱스 고유의 울림을 찾았습니다. 1집 발표 후 많은 무대를 통해 멤버들간은 물론 관객과도 가까이 호흡했죠. 팬이 원하고 우리도 즐거운 음악적 '답'을 발견했다고 할까요". '록에 바탕을 둔 펑크'를 구사했다는 새 앨범은 간결하지만 흥을 더했고, 한 목소리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개성이 빛을 발하는 수작이다.

"군더더기를 줄여 듣기 편해진 것도 특징입니다" 뛰어난 건반솜씨만큼 준수한 외모를 자랑하는 정원영의 설명이다. 긱스는 화려한 진용으로 결성부터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밴드. 국내 최고의 세션맨이자 버클리 음대 동기인 정원영·한상원 콤비와 역시 유학파로 실험적인 영화음악, 이정현의 '와' 등에서 독특한 스펙트럼을 보여온 건반의 강호정이 팀의 노장파다. 1982년생인 막내 베이스 정재일과 드럼의 이상민은 서울재즈아카데미 동기. 십대 중반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 받고 '싸부'격인 한상원에게 합류 제의를 받았다. '한상원 밴드'로 활동하던 5인조에 이적이 합류하며 긱스가 탄생했다.

22년의 세대차에 대한 우려는 이들을 만나자 금새 풀렸다. "글쎄요, 물리적인 나이차는 있지만 문화적인 세대차는 없습니다." 함께 하모니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이질감도 남지 않는다는 이상민의 말이다. 강호정은 선배 역할론을 주장한다. "후배를 존중하고, 먼저 챙기는 선배들의 노력이 중요하죠".

'음악감상 웃기지 말고 평론가도 재수니, 그저 몸을 풀어놓고 같이 놀아'라는 '동네음악대'의 가사처럼 긱스는 편견 없이 자신들의 음악에 빠지라고 당부한다. "어떤팬들은 긱스의 사운드에서 솔로 시절의 잔영을 찾기 위해 애쓰기도 하죠.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편하게 '옴니버스긱스사운드'를 즐기면 되는 거죠". 긱스는 최근 가요계 추세와 달리 자연스러움과 한국적인 멋을 살리기 위해 앨범 믹싱을 국내 엔지니어에게 맡겼다.

1집에서 '노올자' '챔프' '랄랄라' 등을 도맡아 만들었던 정재일은 이번 앨범에선 '끝'의 작곡가로만 이름을 올렸다. 이유를 묻자 "곡이 안 써져서요"라고 느리게 대답한다. 하지만 이번 음반에서 그의 역할이 줄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재일은 다소 진보적인 자신의 성향을 죽이는 대신 수록곡 대부분의 프로듀싱을 주도적으로 맡아 번뜩이는 재능을 발휘했다. '동네음악대'에서 "엽기적으로!"라는 선배들의 외침에 "별로 안 그런데"라고 응수하는 그다. '동팔이 블루스'에선 그동안 갈고 닦은 콘트라 베이스 솜씨도 선보였다.

보컬로 가능성을 보인 이상민의 변신도 눈에 띈다. 콘서트 때 노래를 불러 열렬한 성원을 얻었던 그는 앨범 자켓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새'에서 메인 보컬로 나섰다. 긱스는 앞으로도 이적을 제외한 멤버들의 보컬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뛰어난 연주, 자유로운 예술혼으로 보기 드문 수작을 만들어낸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예전엔 듣고 싶은 사람만 들으라는 심정으로 음악에만 전념했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과 음악을 나누고 싶지만 천편일률적인 가요계 흐름 때문에 좌절해야 할 땐 무척 아쉽죠" 한상원의 얘기다. '어른들이 즐길 가요가 없다'고 한탄하면서 음반을 사는 데는 인식한 사람들을 볼 때도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적은 "100% 라이브 무대만을 고집했던 1집 때와 달리, 이번에는 어려운 여건이라도 팬들 앞에 나서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라며 적극적인 활동을 약속한다.

타이틀곡 '짝사랑'은 이적과 한상원의 곡. 펑크 리듬위로 흐르는 경쾌한 연주에 톡톡 튀는 전자음으로 멋을 냈다. 열정적인 사랑을 노래한 단도직입적인 메시지에는 이들의 솔직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적의 소울 발라드 '축복', 음악적 무게가 느껴지는 정원영의 애시드 록 '탈주', 파격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강호정의 '더 리얼 맨' 등도 눈길을 끈다. 정재일의 나른한 피아노와 보컬로 '끝'을 고한 뒤 느닷없이 등장하는 마지막 곡 '가자!'는 긱스의 역동적인 음악세계를 잘 드러낸다.

긱스는 27∼29일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2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음악적 충만함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절정의 쾌감을 선사해온 이들이 새롭게 준비한 무대이기에 팬들의 기대도 유별나다. "긱스의 진면목을 보려면 꼭 공연장에 와야 합니다" 한상원의 거듭된 강조다. 공연문의 080-337-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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