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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해찬 '임의 전쟁' 협공에 한명숙 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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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 후보 사퇴 회견 도중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임 총장은 사무총장직도 사퇴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임종석 사무총장이 9일 공천장을 반납했다. 사무총장 자리에서도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삼화저축은행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1심)을 받은 임 총장은 당 안팎에서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임 총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연대가 성사된 뒤 남은 부담까지 책임지고 싶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늘 마음 같진 않은 것 같다”며 “사무총장과 서울 성동을 총선 후보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이해찬 전 총리, 문성근 최고위원 등 ‘혁신과 통합(혁통)’ 핵심 인사들이 긴급회동해 임 총장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선 지 하루 만이다.

 지난달 24일 공천을 받은 지 2주 만에 여론에 밀려 총선 출마를 접게 된 것이다. 임 총장은 회견 직전 한명숙 대표에게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받아본 한 대표는 “임 총장이 진실하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한 대표는 8일 혁통 핵심 인사들의 회동 소식을 접한 뒤엔 “나 때문에 임 총장이 힘들게 됐다”며 눈물까지 보였다고 한다. 한 대표는 임 총장의 공천 반납은 받아들였지만 사무총장직은 계속 수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그를 위한 배려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임 총장이 끝내 고사할 경우 당분간 사무총장직을 공석으로 남겨둘 계획이다.

 한 대표는 이번 건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한 대표는 486세대 측근들과 일부 최고위원에 둘러싸여 이들의 ‘기득권 공천’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당내의 비판을 받아왔다. 임 총장 문제만 해도 안이하게 접근하다 ‘결단’의 시기를 놓치고 문제를 키워왔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던 차에 유력 대선주자인 문 고문과 이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압박해오자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한 대표와 이 전 총리 간의 관계에도 앙금이 남게 됐다. 그동안 이 전 총리는 한 대표의 후원자를 자처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 후임 총리로 한 대표를 추천한 사람도, 한 대표가 총리로 안착할 수 있도록 장관들 군기까지 잡아준 사람도 이 전 총리였다.

 그러나 한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부터 이 전 총리와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이 전 총리도 임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등 둘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임 총장 사퇴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 대표가 자세를 바꿔 수차례 이 전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지만 이 전 총리가 일절 받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한 대표가 사무총장직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나 향후에도 총장 자리를 비워놓으려는 것은 ‘식물 대표’는 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임 총장 사퇴로 유죄판결을 받은 다른 공천자들 가운데 추가 사퇴자가 나올지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비리 전력 논란에 휩싸인 후보는 신계륜·이부영·이화영 전 의원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이미 소명이 끝난 사안” 내지 “결백”을 주장하며 공천장을 반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신홍 기자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자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44·전 민주당정책위부의장) 이근호(47·전 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양천을 김한정(48·전 김대중 대통령 제1부속실장) 이용선(53·전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경기 수원을 신장용(48·전 민주당 부대변인) 이기우(45·전 의원) 고양 덕양을 문용식(52·당 인터넷소통위원장) 송두영(47·전 한국일보 기자) 이치범(57·전 환경부 장관) 인천 계양을 김희갑(49·전 국무총리 정무수석) 최원식(48·민주개혁 인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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