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선인들의 인간구하기 '봉신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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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만화를 볼지 선택이 어려울 때 이용하는 방법이 장편만화를 고르는 것이다. 특히 일본만화의 경우 이 방법은 적중한다. 우선 번역이 된 만화라면,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던 만화이기 때문에 재미가 보장된다.

그렇다고 몇 십 권이나 되는 만화를 한꺼번에 빌리는 건 곤란하다. 자기의 취향이라는 것이 있으니깐. 우선 1,2권만 보면 다음 편을 볼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봉신연의〉란 만화도 벌써 20권까지 나왔다. 하지만 호흡이 빠르고, 등장인물의 생김새가 개성이 있어서(등장인물들이 비슷비슷하면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이라도 짜증난다)
20권이라고는 해도 금방 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3천년 전 중국에는 '은'나라가 있었다. 당시 황제는 주왕. 한때는 현명한 왕이었지만 미녀 '달기'를 황후로 맞아들인 이후 성군의 모습은 사라지고 백성은 생각하지 않는 추한 왕이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인간계를 구하기 위해 선인과 도사들이 직접 나서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봉신계획'. 그것은 사악한 선인, 도사들을 신계에 봉인시켜서 '은'나라를 대신해 서기에 신 왕조를 세운다는 계획이다(역사 시간에 배웠죠? '은'나라 다음이니까, '주'나라를 세우는 겁니다)
. 그리고 그 계획의 책임자로 태공망이 선택된다.

이 태공망이란 인물은 실력이 있지만 무슨 일이든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단점이다. 또한 주인공이라는 자각도 없는지 멋있는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망가지기 일수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또 매력인지라 그의 주위엔 사람들, 선인들이 끊기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나라를 뺏고 빼앗기는 전쟁이란 선인들이 아니라 인간이 주축이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인들도 고민이 많고, 선인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인간들은 무력감을 느끼며 힘들어한다. 또한 인간이면서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고뇌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만화의 진짜 재미는 설정 그 자체에 있다.

중국 역사에 아무리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달기'란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전설의 은나라를 망하게 한 희대 여인 '달기'. 그러나 봉신연의에선 그 달기가 사실은 요괴이고, 몇 백년에 걸쳐 은나라 왕의 첩(또는 정비)
으로 들어가 왕의 곁에서 왕을 쥐고 흔든다고 설정을 가지고 있다.

쫓겨나면 잠시 숨어서 다시 힘을 기르고는 다음 왕에게 접근하고 또 쫓겨나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달기란 인물로 분했을 때는 그 효력이 최고에 달해서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었던 것.

결국 왕들이 요괴의 손에 놀아나고 나라가 황폐해지자 이를 보다 못한 선인들이 직접 나서게 되는데 후반부로 가면 인간들은 쏙 빠지고 선인들끼리의 싸움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어 만화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만화를 보는 재미 외에도 중국에 관한 역사나, 실존 인물에 대한 관계들도 알 수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현재 대원에서 20권까지 나왔다.

Joins 이아정 사이버리포터 <grease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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