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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 두른 할아버지들 뭐 어때? 좋기만 한 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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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6일 충남 공주시 신관동 웅진요리직업전문학교 조리실습실에서 노인들이 이한철 원장(가운데)의 조리비법을 수첩에 메모하고 있다. 공주시가 실습·재료비 등을 전액 지원해 운영되는 이 요리 교실에서 노인들은 찌개류와 밑반찬 등 음식 조리법을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일 오후 2시 충남 공주시 신관동 웅진요리직업전문학교 조리실습실. 노인 12명이 실습실(120㎡) 안 조리대 앞에 섰다. 공주지역에 사는 65세 이상 남성들이다. 허리에는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조리모자를 썼다. 공주시가 마련한 ‘어르신이 행복한 무료 요리교실’에 참가한 것이다. 부인과 단둘이 살거나 부인과 사별한 뒤 혼자 사는 노인들이다. 대부분 기초생활 수급자 등 저소득층이다.

이준원 공주시장은 “조리를 잘 못해 끼니를 거를 수 있는 저소득층 남성 어르신들에게 식사해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요리교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요리강좌는 지난달 13일부터 5월4일까지 1·2기로 나눠 진행된다. 기별 정원은 20명씩, 총 40명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2차례(6시간) 요리를 배운다. 공주시가 조리실습에 필요한 예산 1100만원을 전액 부담한다.

 노인들이 배우는 요리는 찌개·비빔밥·닭찜·탕수육·밑반찬 등 집에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메뉴다. 강습을 담당한 이 학원 이한철(51)원장은 “노인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한식, 중식, 양식을 골고루 안배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습시간에 노인들이 만든 요리는 ‘마파두부’와 ‘해파리 냉채’. 조리대에는 해파리·오이·다진 마늘·두부·돼지고기 등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조리기구가 갖춰져 있다. 수강생들은 이 원장의 강의에 따라 먼저 마파두부를 만들었다. 붉은 고추와 파를 잘게 썰어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볶았다. 이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두부와 육수 등을 넣은 뒤 참기름을 뿌려 접시에 담아냈다. 조리 도중 육수 등 재료 양을 조절하지 못해 프라이팬을 시커멓게 태우는 경우도 있었다. 두부와 고추 등을 써는 노인들의 손놀림은 서투르기만 했다. 하지만 조리강습 도중 틈틈이 강의내용을 메모하는 등 조리를 배우려는 태도만큼은 전문가 못지 않았다. 1시간 30분 동안 조리 끝에 노인들은 이날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요리를 맛보며 즐거워했다.

 2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신태현(79·공주시 신관동)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노인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요리가 필수”라며 “요리를 배우며 삶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용현(68·공주시 반포면)씨는 “혼자 요리를 해먹고 있지만 제대로 된 맛을 느끼지 못했다”며 “정성과 절차에 따라 제대로 요리를 해야 맛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인과 이혼하고 13년째 혼자 살고 있다.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는 신화철(75)씨는 “강습을 통해 배운 요리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부인에게 대접한다”며 “요리가 가정의 화목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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