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당분간 상장계획 없어… 개인투자자 상장차익 기대 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앞둔 삼성그룹이 당분간 이 회사를 상장할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상장 루머를 믿고 투자에 나서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7일 “상당한 기간 동안 삼성에버랜드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상장 차익을 노리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은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주식 10만6149주(지분 4.25%)를 8일과 9일 이틀간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할 예정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넘겨받은 주식이다.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인 고(故) 윤형씨가 보유했던 지분으로 삼성이 사회공헌을 위해 교육부에 기부했다. 장학재단은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투자자 순으로 이 주식을 판다.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도 금융회사의 신탁·사모펀드를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순환 출자로 이뤄진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데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25.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8.37%를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와 계열사 몫까지 합치면 69.04%에 이른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인용 부사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장기 보유할 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상호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는 발표는 삼성카드의 보유 지분 매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삼성카드가 지분 17%를 KCC에 넘길 때 장부가인 주당 214만원보다 낮은 주당 182만원에 매각한 바 있다.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중 최소 3.64%를 4월 말까지 추가 매각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조항에 따른 조치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며 “주식 처분 기한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매각이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