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천원짜리 라면, 빨계떡을 아는가

중앙일보

입력

명동 가장 중심가에 있는 유투존을 찾자. 명동에서 유투존 찾는 건 압구정역에서 현대백화점 찾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히히.

특별한 빨간 라면을 파는 '틈새' 라면집이 바로 이 유투존 뒷편에 있는데 여기를 찾기가 사실 쉽지 않다.

순서를 잘 따라가자.

1. 유투존 뒷편의 충무김밥집과 파파이스 사이 길로 들어간다. 2. 왼편에 있는 구멍가게를 지나자 마자 있는 첫번째 좁은 골목을 찾아간다. 3. 좁은 골목의 왼쪽에 녹색글씨로 쓴 간판 '틈새'가 보인다. 이야~ 찾았다.

아마 명동매니아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 빨계떡. '틈새'라는 좁디좁은 라면집에서 내놓는 유일한 음식이다(사실 불김밥·찬밥도 있는데 이건 사이드 메뉴니까 무시하고). 자장면이냐 짬뽕이냐의 갈림길에서 늘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 집 메뉴가 꽤나 마음에 들 거다.

빨계떡은 이름 그대로 '빨간 계란 떡라면'의 줄임말이다. 신촌의 신계치(신라면 계란 치즈)와 일맥상통. 언뜻 보기에도 얼큰한 국물을 한모금하면 식도가 짜르르해지는 것이 속풀이에 그만이다. 무교동 실비집 낙지볶음만큼 매우니까 매운 음식에 자신없는 사람은 신중히 생각할 것.

순전히 본인의 생각으로는, 어쩌면 최근에 새로 나온 모 회사의 '빨개면'도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왜 2만5천원이냐. 틈새의 주인장이 그냥 재밌으라고 0을 하나 더 붙인 거라는데 사실 별로 재미는 없지요? 그러니까 원래 가격은 2천5백원인 셈. 벌써 20년째 빨계떡 하나만 불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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