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의 보물섬, 여의도에서 하루 보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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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3시 여의도. 도심의 한가운데. 사회시간에 배웠던 공동화 현상의 대표지역. 한국의 마천루를 자랑하는 이 인공도시 속에는 답답한 빌딩과 회색의 아스팔트, 그리고 샐러리맨들의 구겨진 얼굴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고? 천만의 말씀. 잘만 둘러본다면 여의도는 일 끝나면 잊어버리고 싶은 웬수같은 일터가 아니라, 감춰져 있는 보물섬 같은 곳이다.

우선 첫 번째 보물, 바로 국민일보 영산아트홀.

세련된 설비와 안락한 공연장의 규모만큼의 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빠지지 않은 규모와 내실을 자랑한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 3시에 열리는 '청소년과 네티즌을 위한 문화 21콘서트'는 문화공연기획 에이엠투가 기획하는 장기프로젝트 공연으로, 깊이있는 클래식과 정열적인 탱고, 퓨전 국악연주를 아우르는 실속있는 공연!

8월26일의 쏠리데오 합창공연, 9월의 뮤지컬 하이라이트, 10월의 춤과 음악과의 만남(탱고/블루스), 11월의 미리듣는 캐롤, 12월의 새천년맞이 콘서트의 정기공연 외에도 다양한 컨셉의 특별공연들이 가득하다. 문의 (주)에이엠투(545-8063, www.am2.co.kr)

공연이 끝나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려 한다면, 이때는 바로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할 시간이다. 파리의 세느 강변에 비교해도 절대 빠지지 않는 천혜의 자연환경임에도, 너무나 습관적으로 한강을 우습게 여겨온 것이 사실! 63빌딩과 더불어 서울구경오는 시골할아버지 들의 관광코스정도로 유람선을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찌는듯한 열대야를 날려보낼 정도로 상쾌한 강바람을 가르는 유람선은, 올해 초 전등식을 한 이래 부쩍 아름다워진 서울의 야경을 보듬고 지나간다. 도심에서 들어보는 뱃고동 소리와 별처럼 쏟아지는 조명 아래서라면 "아름다운 밤이예요"라는 민망한 멘트마저도 전혀 느끼하지 않다.

영화 〈타이타닉〉이 전국을 휩쓸던 98년의 여름, 발랄하고 얼굴 두꺼운 수많은 커플들이 레오나르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을 연출했던 곳이 바로 한강 유람선이었듯, 커플들의 사랑 고백 장소로도 단연코 최고다. 통기타 라이브나 선상음악회 등 분기별로 재치있는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꼭 문의해볼 것! 지하철 역 5호선 여의나루. 잠실 선착장까지 왕복 14,000원, 편도 7,000원. 문의 세모 유람선(785-0392~3)

컵라면과 떡볶이, 김밥과 과자 등 싸고 맛있는 군것질거리가 즐비한 한강 선착장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기분 좋은 유람선 관람을 마치고 돌아왔다면, 바로 이곳 'ON'에서 우아한 애프터를 즐겨보자.

압구정동 신사중학교 골목으로 들어오는 길(표지판이 붙어있죠, 한강시민공원 가는길이라고)을 따라 한강 선착장 주차장으로 들어오면 유난히 반짝거리며 빛나는 건물, ON을 발견할 수 있다.

강위에 세워진 3층 건물의 ON은 1층의 바(스타스 클럽), 2층의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노천 테라스같은 분위기의 3층 이벤트 파크로 특색있게 꾸며져 있다.

솔직히 2층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요리는 가격대에 비해 서비스와 음식맛이 썩 유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세심하게 고안된 조명과 통유리 아래로 흔들리는 강물의 전경이 이 모든 것을 용서하게 한다. 다양하게 구비된 양주와 와인, 그리고 솜씨있게 서빙되는 다양한 칵테일 한잔과 깊어가는 늦여름의 밤은 ON에서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ON 문의전화 516-8788.

자, 이제는 여의도가 보물섬이라는 말에 얼마나 동의하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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