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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들 노래방 가면 나타나는 '남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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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29일 오전 2시 서울 논현동의 한 노래방 앞. 남성 접대부들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홍상지 기자]

#1. 지난달 29일 새벽 2시 서울 논현동의 유흥가 골목.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짙게 선팅된 10인승 회색 승합차 한 대가 OO노래방 앞에 멈춰 섰다. 3분 뒤에야 문이 열리고 캐주얼한 옷차림의 20대 초반 남성 대여섯 명이 차에서 내렸다. 한 남성은 무전기를 들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이 노래방은 후진데…” “누나들만 괜찮으면 장소는 상관없어”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이 골목에서는 자정 무렵부터 30분 간격으로 승합차가 들어와 20대 남성을 싣고 내렸다.

 #2.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여성전용클럽’으로 한 인터넷 게시판에 등록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기자가 “그곳을 찾아가려는데 위치가 어디냐”고 묻자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신논현역 근처”라고 답하자 “그러면 논현동 XX주점 근처로 와서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기자가 주점 앞에서 다시 전화를 걸자 그는 “우리가 업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손님이 술집·노래방에 자리를 잡으면 시간당 3만원에 ‘선수(접대부를 뜻하는 업계 용어)’를 보내준다”고 답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 대부분의 호스트바는 따로 남성 접대부를 고용해 영업하기보다 ‘보도방(접대부를 공급하는 일종의 불법 인력조달업체)’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소를 운영하지 않고 남성 접대부만 공급하는 것이 주된 영업 방식이었다. 여성전용클럽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호스트바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도방’식 운영이 대세”라고 말했다.

 강남에서 여성전용클럽을 운영하는 전모씨는 “강남 지역에 내가 아는 보도방만 50여 군데”라며 “현재 남성 호스트바 대부분이 보도방에서 선수를 공급받고 있고 성매매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도방 현황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단속인력 자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유흥종사자를 규정한 법규가 없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호스트바가 음성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경찰대 이웅혁(경찰행정학) 교수는 “남성접대부 관련 법 규정이 없어 처벌하기 모호하다”며 “업계가 음성적으로 운영되면서 미성년 접대부와 성매매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이 유흥종사자를 ‘부녀자’로 한정한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남성을 포함한 ‘사람’으로 바꾸는 방안을 냈고 보건복지부가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정봉·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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