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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가을, 식욕을 자극하는 영화들

중앙일보

입력

천고마비(天高馬肥)는 가을을 이야기하기 위한 너무 구태의연하고 식상한 화두이다. 그렇다고 이말을 대신할 만큼 적절한 다른 말은 아직 없는 듯하다.

흔히 말이 살찌는 계절을 사람이 살찌는 천고'인'비의 계절이라 하는 것은 천고마비에 대한 식상함을 달래보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가을은 말이나 사람이나 살찌기 좋은 축복의 계절이기도 하다.

혹 이런 가을에 식욕을 잃으신 분이 있으신지? 그렇다면 근사한 프랑스 만찬부터 달콤쌉싸름한 멕시코 요리까지 영화 속 음식들로 당신의 입맛을 되찾아 보시길.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 ★★★★

감독 : 가브리엘 악셀 / 주연 : 스티븐 오드란, 비비 안데르센 / 출시 : 1996년 12월 11일

소박한 행복이 담겨있는 음식영화. 거북이, 메추리, 꼬냑, 샴페인 등으로 한 상 차려지는 프랑스 요리를 마음껏 볼(!) 수 있다. 프랑스 일류 호텔의 요리사가 조용한 해변 마을에 찾아들어 만찬을 베푼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화합시킬 수 있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작품.

덴마크의 바닷가 작은 마을. 그곳에는 신앙과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두 자매 마티나와 필리파가 있다. 어느 날 필리파의 연인이었던 파판의 편지를 품에 안은 바베트라는 여자가 이 두 자매를 찾아온다. 자매는 그녀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평화로운 생활을 해나간다. 그런데 바베트가 엄청난 액수의 복권에 당첨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바베트는 자신을 받아준 마을사람들을 위해 최고의 만찬을 준비한다.

요리사와 세남자 My Rice Noodle Shop ★★★★

감독 : 사연 / 주연 : 유방, 장종제 / 출시 : 1998년 11월 30일

실향민들에게 마치 고향처럼 여겨지는 쌀국수집. 그곳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생살이가 펼쳐진다. 이 작품 역시 음식을 매개로 일상적 고난과 잔잔한 감동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국내에는 제 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중국에서 가업을 이어받아 쌀국수집 누들샵을 경영하던 마마 보스는 중국이 공산화되자 대만으로 건너온다. 미망인이면서 실향민인 그녀의 국수집에는 역시 실향민 단골들이 모여들고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그녀 앞에 풀어놓는다. 단골손님 중 한 명인 리 선생은 고향에서 유지대접을 받고 살았지만, 전쟁 후 재산을 나라에 몰수당하고 하루하루 국수값마저도 내기 힘든 빈털털이가 되었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Como Agua Para Chocolate ★★★★

감독 : 알폰소 아라우 / 주연 : 마르코 레오나르디, 루미 카바조스 / 출시 : 1993년 10월 1일

제목처럼 달콤쌉싸름한 사랑 이야기. 마법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영화로 식욕뿐만 아니라 묘한 성적 긴장도 느끼게 한다. 멕시코 아카데미 10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원작은 감독의 아내 라우라 에스퀴벨의 소설.

어릴 때부터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던 페드로와 티타, 둘은 성년이 된 뒤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페드로의 아버지는 티타 어머니에게 이들의 결혼을 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유는 명문가의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결혼을 못하는 풍습 때문이다. 티타의 어머니는 티타 대신 그녀의 두 살 위 언니를 페드로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페드로는 티타와 한집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결혼을 승낙한다. 평소 음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신통력을 가진 티타는 페드로와 언니의 결혼식날 슬픈 결혼 케잌을 만들어 낸다.

주노명 베이커리 The Wife in Romance ★★★

감독 : 박헌수 / 주연 : 최민수, 황신혜, 이미연, 여균동 / 출시 : 2000년 3월 22일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볼 수 없는 영화. 최민수는 이 영화를 위해 직접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중년의 두 부부가 각각 상대편의 배우자에게 묘한 애정을 느끼면서 활기찬 일상을 맞게 된다. 위험한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 톤은 밝고 경쾌하다. 영화〈결혼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썼던 박헌수 감독의 데뷔작.

'주노명 베이커리'라는 예쁘고 아담한 빵집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빵 굽는 남자 주노명. 그러나 그는 최근 한숨을 폭폭 내쉬는 아내가 영 마음에 걸린다. 노명은 사랑하는 아내의 미소를 되찾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지만 아내는 늘 시무룩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을 건넨다. 이유는 빵집손님 무석 때문이었던 것. 노명은 은근한 질투심을 느끼고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금옥만당 金玉滿堂 ★★★☆

감독 : 서극 / 주연 : 장국영, 원영의, 조문탁, 종진도 / 출시 : 1995년 9월 1일

요리사가 되고 싶은 장국영과 가수가 되고 싶은 원영의가 콤비를 이룬 작품. 애인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최고의 요리사, 진정한 요리사가 되기 위해 최고의 선생을 찾아야 하는 풋내기 요리사, 즉 요리의, 요리를 위한, 요리에 의한 영화다. 서극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물론 호화로운 음식도 출연한다.

중국 제일의 요리사 경연대회 도중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요걸은 애인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기권을 한다. 요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애인은 이미 떠난 뒤. 자신의 일에만 매달려 살던 요걸은 요리를 그만두고 종적을 감춘다. 한편 깡패 두목인 조항생은 애인이 있는 캐나다로 가기 위해 요리사가 되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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