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오티스 엘리베이터 창원 공장 르포]

중앙일보

입력

LG-오티스 엘리베이터 창원공장에 근무하는 허철욱(31)기사는 회사 업무가 끝나면 창원전문대로 간다. 자신의 돈은 한 푼도 안들이고 공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사원장학 제도인 '스칼라 프로그램' 에 따라 학비는 물론 교재구입비 등 공부하는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회사가 대주기 때문이다.

許기사는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자동차메카트로닉스학과를 선택했고 아이들에게 아빠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열심히 다니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35명의 임직원이 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더 늘릴 계획이다.

LG그룹이 지분의 81%를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인 오티스 엘리베이터에 팔아 지난해 11월 설립한 LG-오티스 엘리베이터. 외국 기업으로 바뀐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경남 창원시에 들어서면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1백14m 짜리 엘리베이터 테스트 탑 때문에 금방 눈에 띤다.

이 회사는 외국 기업으로 바뀌면서 창원공장의 외벽과 테스트 탑을 '오티스' 를 상징하는 진한 청색 띠로 둘렀다.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의 5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외국 기업으로 바뀌면서 경영의 주요 현안이 '매출 확장' 에서 '현금창출 중심의 내실경영' 으로 바뀌었다.

장병우 사장은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경영에서 고객과 주주, 임직원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고 말했다.

張사장은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것도 외국 기업으로 바뀐 뒤 가장 달라진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LG-오티스는 1백50년 엘리베이터 역사에서 발생한 사고 등을 모은 안전기준(WWJSSS)을 제품의 생산.설계.설치.보수 등 모든 부문에 적용하고 있다.

팀장급이 맡던 안전부서를 임원이 총괄하도록 키웠고, 안전점검 요원도 30명으로 다섯배 늘렸다.

환경안전 분야를 맡는 김태환 부장은 "엘리베이터는 도시 고층화 사회의 필수적인 편의시설로 작은 안전사고가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 면서 "고객과 종업원의 안전을 최고의 경영방침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한달에 한번씩 유치원.초등학생 들을 초청해 엘리베이터 이용 안전수칙을 가르치고 있다.

영어 성과급제도를 도입해 토익 7백30점 이상을 받은 임직원에게는 어학 성과금을 주고 있다. 회의 문화도 확 바꿔 임원급 회의에서는 반드시 영어를 사용한다.

별도의 식사시간이 없어 간단한 샌드위치나 도시락을 들며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 본사와 창원.인천공장 등 각 사업장에 설치한 영상 시스템을 이용한 국제회의를 수시로 열기 때문에 회의만을 위한 국내외 출장은 없다.

이 회사에서 상하 직원간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은 김지흔(28.여)대리는 "성별.학력별 차별이 거의 없으며 능력에 따라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인사제도도 성과급 제도로 바꿨다. 연공서열 위주의 급여체계에서 고정 상여금을 폐지하고 성과급을 늘렸으며 기능별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오는 11월 사회봉사활동인 '팀 오티스' 제도를 도입한다.

정신지체 장애인을 위해 임직원과 가족들이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내 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제도다.

오티스 본사와 전 세계 50여개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팀 오티스' 활동을 하도록 했으며,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스페셜 올림픽' 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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