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 아프리카 황무지에 학교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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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프리카 차드에 자신의 성을 딴 ‘리앤차드 스쿨(Lee&Chad School)’ 1호를 세운 가수 이승철씨가 11일(현지시간) 학교 건물 앞에서 아이들에게 새 책가방을 나눠주고 있다. 리앤차드 스쿨 앞에 줄을 선 마을 아이들. [굿네이버스]

“와헤드 이토네엔 타라타(아랍어로 ‘하나 둘 셋’).”

 11일 낮 12시(현지시간) 아프리카 차드의 도고레(Dogore) 지역, 건물을 덮고 있던 흰 천을 걷어내자 연노랑색 건물 한 채가 나타났다. 사방이 황무지인 이곳에 솟아난 기적 같은 모습이었다.

 “이곳이 바로 리앤차드(Lee& Chad) 스쿨입니다.”

 현지 주민의 소개에 동네 꼬마들이 박수를 치며 “리앤차드”를 외쳤다. 가수 이승철(46)씨의 성과 차드라는 나라 이름을 합친 리앤차드 스쿨 1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씨는 차드에 먼저 학교를 세웠던 탤런트 박용하(1977~2010)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을 받아 지난해 3월 차드를 처음 방문했다. 당시 어릴 때 눈에 난 작은 티눈을 방치했다가 눈을 적출할 위기에 놓인 소녀 카디자(9)를 본 뒤 이곳에 10년간 학교 10개를 짓기로 약속했다.

<중앙일보>2011년 9월 26일 19면>

 이씨는 이날 개교식에 참석하고, 2호 리앤차드 스쿨 부지를 보기 위해 부인 박현정(48)씨, 의료봉사단, 방역 봉사단원 등과 3박4일 일정으로 차드를 찾았다.

차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으로 불리는 가난한 국가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인구가 69%,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이 75%다. 움막집 한 칸에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산다. 쓰러질 것 같은 움막 학교에서 공부하던 아이들, 학교가 멀어 이마저 꿈꾸지 못했던 아이들이 이제 시멘트로 지은 튼튼한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방문 당시 주민들이 흙탕물을 먹는 것에 충격을 받은 이씨가 3000만원을 들여 파 준 자동펌프식 우물엔 물 먹는 아이들, 설거지하는 아낙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성대한 개교식이 열렸다. 촌장 비쉬르(64)는 “1948년부터 이곳에 살면서 학교라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감격했다. 이씨도 700여 명의 주민 앞에 섰다.

 “이 학교는 이제 여러분 거예요. 이곳에서 차드를 이끌어갈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길 바랍니다.”

 개교식 뒤 일행이 빈 교실에서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쌀밥과 양고기찜을 먹고 있는데, 한 소년이 들어왔다. “미스터 리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아이들은 예쁜 책가방을 받고, 이씨와 노래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콘서트장 CD 판매 수익금 2억원을 이곳에 기부했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후원 문의 www.goodneighbors.kr), 이씨의 다큐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SBS로 들어오는 성금 4억~5억원으로 추가 교실동, 보건소, 급식소 등을 지어 하나의 지역사회를 완성할 계획이다. 11년째 차드에서 일하고 있는 박근선(42)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장은 “이씨가 이곳에 희망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학교는 저희가 지을 수 있어요. 하지만 1년에 20달러 되는 학비는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어요. 국민 여러분의 아동 후원이 절실합니다.”(이승철)

 이씨 부부는 지난해 한국에서 눈 수술을 받은 카디자도 만났다. 카디자는 현재 차드 수도 은자메나의 맹인학교에 다니고 있다. 카디자는 무척 밝아진 모습이었다.

 “카디자처럼 차드도 점차 밝아졌으면 좋겠어요. 학교가 그 역할을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이승철)

도고레·알리가르가(차드)=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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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가수

196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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