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골프 예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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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인생여정과 같습니다. 평탄할 때가 있는가 하면 폭풍우가 몰아치는 시련의 날도 있지요.”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란 점에서 인생과 흡사하며 플레이가 잘 안될 때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골프전문지인 골프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밝힌 골프철학이다.

클린턴은 비오는 날에도 홀로 골프를 즐기며 집무시간에도 틈만 나면 클럽을 휘두를 정도로 지독한 ‘골프광’.

그러나 클린턴은 골프 게임을 즐기면서도 매너에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특히 클린턴은 자신이 친 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라고 고쳐 치는 ‘멀리건(벌타없이 다시 치는 샷)’으로 유명했다. 한 홀에서 3,4차례 티샷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다시 치는‘얼굴 두꺼운 골퍼’라는 것이 주위의 평.

클린턴은 그러나 자신의 골프매너에 대한 이같은 곱지 않은 시선은 왜곡된 것이라고 이 잡지에서 항변하고 있다.

클린턴은 “내가 멀리건을 남발한다는 얘기는 왜곡된 것”이며 “멀린건을 하더라도 별 이득은 없으며 게임을 망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내가 먼저 동반자의 미스샷에 대해 다시 치라고 권유할 때가 많고 다른 사람이 멀리건 받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골프를 칠 때 만큼은 세상사를 비롯한 다른 잡념을 떨쳐버리고 게임에만 몰두하며 내 본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어 좋다”며 골프 예찬론을 폈다.

그가 라운드를 돌 때는 보통 비밀경호요원, 경찰 저격수, 사진사 등이 나눠 탄 6대의 카트가 수행하며 블랙박스, 비밀전화 등도 따른다.

8년의 재임 기간에 클린턴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어쨌든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주위의 평가.

클린턴은 “우수한 프로들과 자주 라운딩하면서 조언을 들은 덕분에 스코어를 줄일 수 있었다”며 “골프는 인생과 같이 자기와의 싸움이며 잘 될 때나 안 될 때나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한달 5차례, 나머지 계절에는 한 달에 3차례 골프장에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클린턴 대통령은 현재 백악관 뒤뜰에서 숏 게임을 집중적으로 훈련한단다.

12살 때 자신의 고향인 아칸사주 핫스프링의 올드코스에서 골프 재미를 처음 맛본 클린턴은 이제는 핸디캡 12로 70타대 스코어도 15차례나 기록.

클린턴 대통령과는 달리 영부인 힐러리와 딸 첼시는 골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다.

1년에 한번 정도 골프를 치는 힐러리는 ‘주위 사람을 웃게 만들 정도’의 초보이며 첼시도 레슨을 받기는 했으나 흥미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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