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해결하려고 불법조업·역사 문제 양보하는 일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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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규형 대사

이규형(61) 주중 대사는 20일 “중국이 북한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어느 정도의 긴장과 흥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의 강제 북송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정공법으로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그는 이날 개최된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한 뒤 인터뷰에 응했다. 이 대사는 외시 8회(1974년)로 서울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외교부 제 2차관과 러시아·방글라데시 대사를 거친 35년 경력의 외교관이다.

 -정부가 탈북자 강제 북송과 관련해 중국에 국제협약 준수를 촉구했는데.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당사국의 권리다. 우리가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의견과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할까는 그들의 결정 사항이다. 다만 정부가 국제협약을 준수하라고 촉구한 것은 여러 검토를 거쳐서 정책 방향을 정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적 정신에 입각해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탈북자에 대해 ‘불법 월경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는 동포애적 입장에서 탈북자 문제가 인도주의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정은 중국 정부 몫이다.”

 국내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불법조업과 역사문제 등 다른 사안에서 중국에 양보하지나 않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강한 어조로 부정했다. 이 대사는 “외교엔 각기 고유영역이 있다”며 “탈북자 문제가 다른 문제와 연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설명을 했다.

 -탈북자 문제로 한·중 FTA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국제기구에 이 문제를 요청해야 할 때가 되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FTA 교섭은 멀지 않은 시점에 개시 선언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중 FTA는 어떤 내용으로 체결할지 봐야 하겠지만 양국 경제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이 된다는 데엔 의견이 같다.”

 -북·미 3차 비핵화 회담의 전망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비핵화 사전 조치를 확보하기 위한 접촉이고, 그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식량 지원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에 입장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조율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 대사는 중국 경극(京劇)의 전문가다. 10년 전 주중 공사를 지내며 경극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김황식 총리 주재로 중국 리커창(李克强·이극강) 상무 부총리 환영 만찬에 참석했을 때 경극 ‘실가정(失街亭)’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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