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대우차 외국에 팔면 더 손해본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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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체가 포드의 대우 포기로 들썩하고 포드의 비윤리성까지도 언급되고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포드라는 국제기업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포드유럽은 상황이 점점 나빠져 실제는 적자 상태다.

10년 전 유럽 전체의 15% 점유율에서 현재는 8% 이하로 떨어졌고(폴란드의 경우 4% 수준)
이에 따라 금년 5월에 70년 된 영국공장 및 폴란드조립공장, 벨라로스공장, 포르투갈공장을 과감하게(?)
폐쇄한 회사이다.

포드의 이러한 재무구조로 이 회사의 주가는 20달러 수준(GM은 70달러 수준)
. 이런 회사가 가장 수익성 좋은 MPV차량의 타이어 리콜로 1백억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실정에서는 50억∼7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결정은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다국적 기업이 협상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식은 약자의 논리이고 이니셔티브를 가진 강자는 언제나 비상식적이라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요즘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유럽자동차는 독일의 폴크스바겐이다. 많은 자동차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동일 플랫폼당 생산량이 70만~80만 대로 세계 최대이며 이것이 폴크스바겐의 경쟁력 핵심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 대당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개발비를 회수할 방안이 없다. 주력 플랫폼이 5개이면 4백만 대 규모가 된다. 이러한 논리로 향후 4백만 대 규모가 돼야 생존할 수 있다는 ‘글로벌 5 논리( 세계 5개의 자동차만 생존한다는 논리)
’가 풍미하고 있다. 이 경우 수출 2백만 대가 전제되지 않는 한국 자동차회사는 생존할 수 없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한국자동차제품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수출차의 대부분은 중소형차이고 이 경우에 10∼30%의 관세와 대당 40만∼50만원의 물류비를 내고 나면 거의가 적자 수출이다.

그리고 일정수준의 수출량을 넘어서면 쿼터제나 덤핑 관세 등의 적당한 이유로 수출규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한국산 자동차의 수익성은 현재 블록경제하에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 이것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첫째 고민이다.

둘째는 한국 노동시장의 비유연성이다. 미국·유럽과 비교할 때 한국 노동시장의 인원조정 유연성은 실질적으로 전무하다. 이 문제의 해결책이 서지 않는 한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두 가지밖에 없다.

첫째, 외국 대형업체와의 연합에 의한 시너지효과를 얻는 방안이다. 바둑에서 말하는 아생후 살타(我生後 殺他)
전략이다. 하지만 대형회사들의 속셈은 다르다. 한국자동차의 국내시장 잠식과 이런 수익성 하에서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시간문제지 언젠가는 붕괴되리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안은 블록경제하의 현지공장 설립을 통한 대형업체 시장의 잠식과 선점전략이다. 소위 말하는 세계경영이고 선점전략이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전략이고 발빠른 행마가 기본이다.

대우문제를 금융처리 관점에서 보는 것은 필자가 생각하기엔 너무나 단견이다. 대형사에 대우를 넘기는 것은 한국자동차 대부분의 해외공장 포기를 의미하며, 이는 한국자동차 전체 산업의 예속화의 서곡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은 7천5백만 대로 2천만 대의 공급과잉 상태이고 이 경우 대형사로서의 최고의 선택은 투자 없이 ‘경쟁업체 죽이기’다. 대형업체 차선의 선택은 값싸게 현지공장을 사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경우 중요한 전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또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예속화되면 장기적으로는 언제라도 경제적 이유로 공장 폐쇄 위험이 남게 되며 이에 따라 고용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영국 자동차산업의 교훈이다.

분리매각은 매각을 용이하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효과가 없다. 좁은 시장에서의 치열한 전투는 수년 내에 현재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자동차산업의 육성이냐 포기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육성한다면 1개인지, 2개인지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공기업화도 단기적인 대안은 되지만, 한국실정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비효율로 인해 독점산업이 아닌 한 경쟁력이 없다.

이에 따라 대우 처리의 가장 유망한 선택은 관심있는 투자자들의 모집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전문경영인 도입을 통한 경영개혁 ▶경영 정상화 후 주식상장을 통해 국민기업화하는 것이다. 현재 시급한 것은 경영개혁이지 매각이 아니다.

유석환 폴란드 大宇FSO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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