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판사’ 나눔음악회로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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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강찬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테너 정강찬 판사와 함께하는 나눔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노래하는 판사’로 알려진 정강찬(46)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법복을 벗는다. 1997년 판사로 임관한 지 15년 만이다. 그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자선음악회로 퇴임식을 대신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테너 정강찬 판사와 함께하는 나눔 콘서트’의 레퍼토리는 다채로웠다. 백미는 충북 제천에 있는 아동보호치료시설인 로뎀청소년학교 바이올린 중주단 10명의 연주무대였다. 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이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가요 ‘아름다운 세상’을 연주했다. 이어 이들의 반주에 맞춰 정 부장판사와 박시환 전 대법관(현 인하대 석좌교수) 등 ‘푸르메 성악 동우회’ 회원 6명이 팝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합창하자 객석에선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공연 수익금은 로뎀학교의 악기 구입 비용 등으로 쓰여진다.

 정 부장판사는 “춘천지법에 근무하던 2010년 학생들을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서 형벌보다 문화 예술을 통한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행복하면 불필요하게 남을 괴롭힐 이유가 없어집니다. 학원폭력이나 게임 중독도 마찬가지죠.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겁니다.”

 정 부장판사 자신도 음악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1997년부터 6년간 극심한 공황장애에 시달렸다. 수년 전 사고로 형이 숨지면서 생긴 병이었다. 이 병은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던 2004년 피아니스트 서혜경씨의 권유로 성악을 배우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50여 차례나 무대에 섰다. 그는 “판사 때 꿈이 내게 재판 받았던 사람들을 교도소로 찾아가 음악을 통해 위로하는 것이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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