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같은 잡지를 10권이나 샀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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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호 23면

일찍이 피부 관리에 눈을 뜬 남성은 엄마, 누나, 아내의 화장품을 슬쩍 쓰기도 했을 터다. 까다로운 여성 눈높이에 맞춘 여성용이 훨씬 다채롭고 효과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같은 뿌리에서 나온 옴므 화장품은 여성용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왕이면 ‘옴므’나 ‘맨’을 바르는 게 좋긴 좋은 걸까. 일단 남녀의 피부 차이를 짚어보자. 이지함 피부과 이대점의 유소라 원장은 “남성의 피부는 여성보다 두껍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피지 분비량이 많다”고 말한다. “유분기가 많아서 당기는 느낌은 덜하지만 유수분 균형이 안 맞기 때문에 오히려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차이는 면도 때문에 생긴다. 얇아서 섬세할 것 같은 여성 피부보다 남성 피부가 더 예민한 건 면도 때문이다. 유 원장은 “매일 면도를 하는 남성들은 매일 피부가 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염이 많이 난 사람일수록 면도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옴므 화장품’ 춘추전국시대

면도로 각질 벗겨져 여성 피부보다 예민
면도는 수염만 깎아내지 않는다. 미세하나마 피부 각질을 벗겨낸다. 각질 제거 후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잔주름이 생긴다. 남성용 제품이 하나같이 보습을 강조하는 이유다. 또 하나는 피부 진정 기능이다. 애프터셰이브 등 남성용 제품엔 알코올이 함유된다. 한 TV프로그램 실험에서 남성 스킨에 불이 확 붙었던 것이나, 바르면 피부가 아플 정도로 따끔했던 것도 알코올 때문이다. 면도 후 피부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서였는데, 차츰 알코올 성분은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알로에나 허브 등 천연 원료를 이용해 자극을 줄이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취향의 남녀 차이도 크다. 얼굴에 직접 바르는 것인 만큼 질감이나 향은 화장품 선택의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훨씬 예민한 것도 남성이다. 남성들은 끈적이는 질감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여성들이 끈적이는 화장품을 바르면서 ‘좋은 영양이 풍부하게 내 피부에 스며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남성들은 찜찜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성 화장품들은 ‘금세 스미는 산뜻함’을 내세운다. 7초 만에 흡수돼 ‘7초 로션’이라는 비오템 ‘하이 리차지 에너지 샷’도 그런 경우다. 남성들은 향에도 민감하다. SK-Ⅱ는 여성 제품과 똑같이 ‘피테라’ 성분을 함유한 남성 에센스를 선보이면서 특유의 발효 향을 확 줄였다. 대신 여성용엔 없는 ‘쿨링 에이전트’라는 성분을 추가했는데, 피부에 닿았을 때 ‘화~’한 느낌을 상쾌하다고 느끼는 남성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여성들은 매일 밤낮으로 기초 제품만 최소 대여섯 가지를 사용한다. ‘주름도 개선하고, 수분도 공급하고, 탄력도 키워준다’는 고기능 제품은 신뢰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남성은 정반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성들에게 매일 다른 제품을 순서대로 바르라고 하면 미쳐버리지 않겠느냐”라며 “그래서 남성 제품엔 기능을 여럿 갖춘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키엘의 ‘훼이셜 퓨얼 트랜스포머’는 주름 개선, 모공 수축, 수분 공급을 한번에 해결해 주는 제품으로 나왔다. 최근 출시된 랩 시리즈의 ‘BB 틴티드 모이스춰라이저’도 ‘10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해결’을 내세운다. 이처럼 편리성이 중요하다 보니 롤러 방식으로 손에 묻히지 않고 바르는 제품도 나왔다. 다크서클 등 눈가를 관리해 주는 랑콤 ‘제니피끄 맨 HD 아이 컨센트레이트’는 튜브에 달린 볼을 눈가에 문질러 제품을 바를 수 있다.

스킨케어의 마지막 단계, 크림까지 진화
그렇다고 남성 화장품이 편의 위주 제품으로만 구성되는 건 아니다. 까다롭고 꼼꼼한 고객들을 위해 세분화된 기능성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많은 남성용 제품이 ‘모든 피부 타입에 적합하다’고 하는 데 반해 비오템은 피부타입별로 제품을 구분했다. 같은 에센스라도 건조한 피부, 따갑고 민감한 피부, 기미·잡티가 많은 칙칙한 피부 등 여섯 가지 피부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다 갖춰야 진정한 맨케어다’라는 광고문구에서 보듯이 단계별로 사용할 것도 권한다.

크림의 등장은 남성 화장품 ‘진화’의 또 다른 예다. 업계에서는 크림을 스킨케어의 종결로 본다. 스킨·로션뿐이던 남성들이 에센스를 바르더니, 이젠 마지막 단계인 크림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크림 타입의 화장품은 주로 40대 이상의 노화방지용으로 권한다. 크림은 20~30대가 핵심인 시장이 중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랩 시리즈의 ‘맥스 LS 에이지-레스 훼이스 크림’, 랑콤의 ‘레네르지 3D’ 크림 등이 탄력을 키우고 주름을 완화해 주는 노화 방지 제품이다. 최근엔 남성용 BB크림도 나왔다. 글로벌 브랜드 최초로 나온 랩 시리즈의 ‘BB 틴티드 모이스춰라이저’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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