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말 바꾸기 동영상 학습한 새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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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당직자들이 17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손학규·정동영 고문,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에 대해 찬성 발언을 하고 있는 동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새누리당은 주요당직자 회의 중 동영상을 틀었다. ‘한·미 FTA 미쿡(미국)이 웃겠다, 6년간 말 바꾸며 살아온 달인들’이란 제목으로 유튜브(동영상 전문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이었다.

 한명숙 대표, 정동영·손학규 상임고문 등 민주통합당 전·현직 지도부가 등장하는 이 영상에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 180도 바뀐 이들의 FTA 관련 발언을 대비시켜 놓았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의 ‘집권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을 ‘말 바꾸기’로 규정하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한·미 FTA는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노무현 정부 시절 11개월간 국무총리를 지내며 강력히 추진해 그 실체를 확정 지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재집권을 하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폐기에 목적이 있는 건지, 재집권을 위한 이야기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한명숙 당시 총리가 한·미 FTA 반대 불법 폭력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하고 관련 시민사회단체에 정부 보조금도 즉각 중단하겠다고 했었다”며 “이런 이야기를 만약 이명박 정부가 했다면 바로 촛불시위가 나고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자신이 추진한 한·미 FTA가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그때는 민주당이 여당이었고 지금은 야당이라는 게 딱 하나 다르다”며 “거짓말쟁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한·미 FTA뿐 아니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국립대 법인화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움직임이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이들 정책을 민주통합당이 야당이 된 지금 뒤집으려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수권세력으로서의 책임감’을 문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가 비자금 13억원이 든 돈 상자를 받은 의혹도 거론됐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노정연씨가 먼저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며 “외환관리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행위이므로 검찰에서 이 문제에 대해 내사 내지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한 월간지는 2009년 1월 노씨의 측근에게 돈상자 7개(13억원어치)를 전달했다고 주장한 사람의 인터뷰를 보도했었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중단됐던 비자금 수사를 새누리당이 다시 거론한 건 부산·경남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등 노무현계 견제용이란 관측이 나왔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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