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술·여자 가깝고 돈은 멀었던 집배원 출신 작가 부코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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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독일계 미국작가 찰스 부코스키(1920~94·사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직설적 문장과 성적 판타지로 전세계 마니아층을 끌어안았다. 국내에도 팬층이 두터운 편이다. 장편 『팩토텀』(1975)과 단편집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1972) 등이 번역됐다. 절판된 단편집은 중고책 시장에서 정가(8000원)의 7배(5만5000원)에 거래될 정도다.

 부코스키의 장편 『우체국』(1971)과 『여자들』(1978)이 열린책들에서 나왔다. 작가의 분신 같은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가 등장하는 일종의 자전소설이다. 부코스키는 30~40대 시절 10여 년간 집배원으로 일했다. 우체국 시절에도 단편을 발표했던 그에게 출판사 측이 이런 제안을 했다. “글쓰기에 전념하면 매달 100달러를 주겠다.” 부코스키는 “우체국에서 미쳐가느니 작가가 돼 굶기로 결심했다”며 전업작가로 돌아섰다.

 『우체국』은 그의 첫 장편소설. 작가의 실제 경험이 토대가 됐다. 주인공 헨리는 술·섹스 등에 빠진 인물. 우편물을 배달하러 갔다가 집 주인과 정사를 벌이는 식이다. 그의 본능적 일상이 당혹스럽고도 매혹적으로 펼쳐진다. 비참한 하층민의 삶을 상세하게 묘사하며 자본주의 계급 문제도 건드린다.

 『여자들』은 좀더 노골적이다. 전업작가로 성공한 헨리가 서른 명도 넘는 여자들과 밀애를 즐기는 이야기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번역가 박현주씨는 “작가가 그랬듯 헨리는 체제에 저항하는 인물이다. 조직에 갇힌 현대인이 매력을 느낄 만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여자들』에서 헨리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들, 여자들이라는 이상과 계속해서 힘겹게 씨름했다.” 마치 부코스키의 고백처럼 읽힌다. 그는 평생 가난했고 술과 여자를 가까이 했다. 부코스키는 94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마지막 장편 『펄프』를 끝낸 직후였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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