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또 준우승 … 이창호 10번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창호(左), 장웨이제(右)

불세출의 천재기사 이창호 9단이 ‘세월’이란 강적 앞에 고개를 숙였다. 자연의 섭리는 정녕 거역할 수 없는 것인가. 이창호 9단은 15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2국에서 중국의 신예 장웨이제(21) 5단에게 232수 만에 불계로 패배하며 종합전적 2대0으로 졌다.

팬들은 이창호 9단의 전설적인 행적을 떠올리며 무관 탈출과 함께 멋진 재기를 기원했지만 아쉽게도 물거품이 됐다. ‘내용 면에서 완패’라는 전문가들의 중론이 더욱 할 말을 잊게 한다.

장웨이제는 중국의 신흥 강자로 중국 명인전에서 구리 9단과 쿵제 9단을 연파하며 2년 연속 우승했고, 중국 랭킹도 4위에 올라 있다. 탄샤오 5단과 함께 중국 세대교체의 선봉에 서 있는 장웨이제는 예선부터 10연승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 준우승 8000만원.

 이창호의 사전엔 준우승이란 없었다. 그의 이력은 끝없는 우승 행진으로 점철돼 있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이창호 9단은 외국 기사들과 겨룬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17전 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 9단은 만 30세이던 2005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의 뤄시허 9단에게 첫 패배를 당했고, 공교롭게도 이후 세계무대 결승에서 잇따라 져 아홉 번 연속 준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선 시드를 받지 못해 예선부터 시작해 전승으로 결승까지 갔으나 또다시 져 열 번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