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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도 부전자전 … 오너 3대에 걸쳐 기부 릴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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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5일 동국제강 산하 송원문화재단 추경석 이사장(왼쪽)이 지방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송원문화재단은 지금까지 2630명에게 학비를 지원했다.
장세주 회장

“이제 제 이름으로 남은 재산 일체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데 쓰려고 합니다.”

 1975년 동국제강 창업자 장경호 회장은 당시 임종을 앞두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전 재산 30억원(현재 시가 3000억원)을 국가에 기탁한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쓰기 전 장 회장은 “내 재산은 내 것이 아니며 잠시 위탁관리할 뿐이다. 그러므로 한 푼도 헛되이 쓸 수 없다”는 뜻을 가족에게 밝히며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평소 “재물은 흐르는 물과 같아, 물이 흐르지 않고 한 곳에 고이면 썩는 것처럼 재물도 흐르지 않으면 부패한다”는 장 회장의 신념과 맞닿아 있었다. 가족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가 헌납한 전 재산은 대한불교진흥원을 설립하는 데 쓰였고, 불교 방송 개국의 ‘씨드머니’가 됐다.

 그로부터 약 40여년이 흐른 15일, 장 회장의 손자인 장세주(59) 회장은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 본사에서 지방 이공계 대학생 62명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동국제강 산하 송원문화재단 추경석 이사장이 2억48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송원문화재단은 장세주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장상태 회장이 10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재물은 사회에 나눠야 한다’는 나눔 정신이 3대에 걸쳐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동국제강의 2대 회장인 장상태 회장은 1996년 송원문화재단을 만들었다. 부산 용호동 공장을 포항으로 옮기면서다. 장 회장은 당시 “35년간 이해와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부산 시민에게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 공장 부지 매각으로 생긴 돈 중 일부를 출연해 재단을 만들었다. ‘인재 육성’을 목표로 장학사업을 펼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는 “용품과 용역을 생산하기 이전에 사람을 우선 만드는 데 노력한다”는 동국제강의 경영이념과 맞닿아 있다.

 3대 회장인 장세주 회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아 송원문화재단의 출연금을 340억원으로 늘려 나눔의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매년 초·중·고·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재단 설립이래 지금까지 2630명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특히 지역 대학의 인재 육성에 힘써 부산·경북·경남·경인·충청지역에 있는 14개 대학 이공계 대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년 3·4학년에 재학중인 이공계 대학생을 뽑아 2년간 장학금(연간 40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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