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계의 물고물리는 혈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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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에는 무엇이 있는가? 공중에는? 모든 사람들이 올림픽 분위기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벤더들은 항상 경쟁자들을 때려눕힐 준비가 돼있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라이벌 기업들이 전에 없이 서로를 공격했다. 물론 모두 비공식적인 것이었고, 언론에 발표될 수 있는 범위 밖이었다.

IBM은 오라클과 MS를 깎아 내리고 있다. 오라클은 IBM에 반격을 가한다. 휴렛팩커드는 뒤에서 썬 마이크로시스템을 욕하고 있고 썬은 HP와 MS를 험담하고 있다. MS는 썬을 물어뜯고 있다.

썬은 공격이 늦었다. 오라클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말하고 있다. MS는 공격도 늦은데다 자사에 유리한 부분만 말하고 있다. 게다가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MS는 적어도 자사 경쟁사들 가운데서는 가장 경멸받는 소프트웨어 벤더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무슨 연유로 시장에 이런 갑작스런 불길이 번지게 됐을까? 필자의 추측은 이렇다. 위세를 떨치는 기업들이 이성을 잃고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거대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현재 많은 부분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있듯 전체 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데스크톱은 예전처럼 매력적인 분야가 아니다. 다음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을 골라 보라. 1. 윈텔이 전쟁에서 이겼다. 2. PC는 이제 끝이다. 3. PDA가 미래다. 4. 네트워크가 컴퓨터다.

요즘은 누구나 메인프레임 벤더가 되고 싶어한다. 썬과 IBM은 고유의 운영체제와 함께 묶여 나오는 중요한 무기를 낚아챈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것을 즐기고 있다. MS부터 휴렛팩커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벤더들이 가장 강하고, 확장성 있고 하이엔드이며 클러스터 중심적인 시스템 제공업체라는 명칭을 얻기 위한 경쟁에서 서로를 걸고 넘어뜨리려 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시장의 다른 반대편에서는 모두가 스스로를 제일의 무선 벤더라고 주장하면서 갖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들이 실제로 미들웨어나 마이크로브라우저를 출시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벤더들을 정말 분주하게 만드는 것은 인터넷으로 인해 그들이 겪게 되는 경제적, 사업적 변화이다.

소규모 기업뿐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호스팅에 대해 묻고 있다. 마침내 호스티드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키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이런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는 전략과 기술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다음 이와 관련하여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라는 선전문구가 있다. 요즘 이 선전문구는 MS부터 썬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는 서비스다. 네트워크도 서비스다. 스토리지 역시 서비스다. 캘린더, 메시징, 인터넷 인증, 보안 모두 서비스다.

이것은 수축포장된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가입 서비스 수익으로 보완될 것이고 아주 오랫동안은 아니더라도 결국 대체될 것이라는 사실 이외에 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최소한 네트워킹 대역폭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증가하는 한 중앙집중화된 컴퓨팅은 다시 유행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완전히 한 바퀴를 돌고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이 말은 대형 컴퓨터를 판매함으로써 초기에 재산을 모았던 기업들이 이번에도 자동적으로 승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부 유망기업들이 권좌에 오를 기회를 갖게 되는 식으로, 인터넷이 기업들의 활동무대를 정말 균등하게 평준화시켜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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