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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름다웠던 한국의 이변

중앙일보

입력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우리가 주인공'

이번 올림픽은 유도와 레슬링, 배드민턴 등 전통의 메달종목들이 몰락한 것과는 달리 당초 메달권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들의 선전이 두드러진 대회였다.

열악한 환경과 무관심을 딛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종목은 남자 펜싱과 남자 하키, 사격, 여자 농구.

사격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강초현(유성여고)은 지난 16일 여자 공기권총에서 첫 메달인 은메달을 안기며 첫 이변을 연출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펜싱에서는 한국선수단 주장이었던 이상기(익산시청)가 선수로는 환갑인 34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남자 에페에서 동메달을 획득, 국내펜싱사상 첫 올림픽메달을 안겼다.

이상기의 투혼에 자극을 받은 듯 남자 플뢰레의 간판스타 김영호(대전도시개발공사)는 펜싱의 진수를 마음껏 선보이며 짜릿한 승리로 금메달을 획득,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어 매번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분루를 삼켜온 `만년 2위' 남자양궁도 김청태(울산남구청), 오교문(인천제철), 장용호(예천군청) 트리오의 환상적인 팀워크로 금사냥에 성공했다.

개별종목과 함께 구기종목에서의 분전도 눈에 띄었다. 실업팀 3, 등록 실업선수 40여명의 척박한 풍토에서 제대로된 전용경기장 하나없이 떠돌이 훈련을 해온 남자하키는 세계강호들을 연파하며 결승에 진출, 비록 네덜란드에 아쉽게 패했지만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예선탈락을 밥먹듯이 했던 여자농구도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강호 러시아와 프랑스를 꺾고 16년만에 4강에 오르는 우먼파워를 자랑했다.

음지에서 남모르게 흘렸던 피와 눈물과 땀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케한 아름다운 이변들이었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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