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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잉칼〉

중앙일보

입력

〈잉칼〉은 만화책이다. 그러나 도무지 장난이 아닌 만화책이다.

SF만화의 걸작이라는 평가 답게 콘셉과 완성도의 측면에서 고전 반열의 문학작품과 굳이 견주지 못할 것도 없다.

하긴 프랑스에선 만화를 제9예술로 부른다. 저자 두명은 '그래픽 노블' 장르의 두 거봉이라고 한다.

이번 번역본도 호화롭다. 두 권의 책값이 2만3천원 씩이나 한다. 큰 판형의 올 칼러 지면에 본문 종이도 고급 아트지. 번역자 역시 일급 번역자로 꼽히는 이세욱. 출판 역시 교보문고의 자체 출판팀에서 맡았다.

스토리 자체야 뻔하다. 꺼벙한 사립탐정 존 디폴, 그를 포함한 7명의 주인공들이 테크노 계급의 음모에 맞서는 우여곡절의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펼친다. 물론 그들의 활약 끝에 우주를 암흑으로부터 구하는데 성공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스토리 사이 사이에 깔려있는 알레고리와 상징일터인데, 이게 만만치 않다. 고전 문학 작품 같은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투쟁으로 읽을 사람이 적지 않겠지만, 자아발견과 진리의 추구로 볼 사람도 있을 게다. 아니면 꿈과 무의식의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또 시지푸스 신화의 모티브를 떠올리는 것도 자연스럽다.

번역자 이세욱의 설득력있는 말을 들어보자. "〈잉칼〉은 고전적 영웅담과 구별된다. 장점과 단점, 또는 빛과 어둠을 동시에 지닌 한 인간이 우여곡절 끝에 도달하는 구도(求道)이야기이자, 영웅이 될 수 없는 현대인의 이야기이다. "

여기서 관심을 가질 대목은 존 디풀이라는 주인공이다. 이 사람은 결코 영웅이 아니다. 이 사람의 캐릭터도 꺼벙한 탐정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런 점에서 '영웅의 특징이 없는 반(反)영웅' 인 셈이다. 우주적 대의에 목숨을 걸고 투장하기 보다는 자기 잇속에 따라 움직이는 째째한 위인이 바로 그이다.

사실 '디풀' 이라는 이름은 영어 바보(The Fool)에서 따왔다고 한다. 저자 뫼비우스는 또 하나의 필명 '장 지로' 를 가지고 있다.

그는 리들리 스콧의 영화 〈에일리언〉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했고, 뤽 베송의 〈제5원소〉 디자인도 맡은 바 있다. 한가지, 10대 초반들이 보기에는 다소 야한 장면 묘사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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